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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인권도 없는 결혼/하재봉(문화 평론가)
인간이 혼자 살지 않고 결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을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느 한 가지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욕구들이 복합되어 있다. 가장 큰 것은 역시 종족보존의 본능이다. 자신의 핏줄을 후대에 계속 남기고 싶은 무서운 동물적 본능은 인간을 혼자 살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 외에도 드러내놓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성적 욕구의 해소도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이 거대한 세계 속에서 함께 의지하며 살아갈 동반자를 찾고자 하는 욕구도 강하다.
그러나 결혼은 남녀의 성비율이 맞는다고 해도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호감을 줄 수 있고 결혼하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는 사람은 소수다. 그들도 각자 서로가 결혼에 합의할 수 있기 까지는 많은 변수가 내포되어 있다. 결혼은 두 사람의 영혼이 결합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서로가 원하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상대방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던 농촌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한 80년대 이후, 농촌 젊은 남자들의 결혼이 사회 문제화 되기 시작했다. 도시자본이 농촌으로 침투하면서 농민층이 붕괴되었고 이농현상이 촉진되었으며 결국 농촌을 떠난 사람들은 도시 변두리의 빈민으로 유입되면서 거대 도시 문제를 야기시켰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농촌이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가 커졌고, 정보화 사회의 문명화 된 삶은 도시를 기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린시절부터 도시문화에 익숙해진 젊은 여성들은 농촌 젊은이들을 자신들의 결혼 상대에서 배제하기 시작했다. 농촌에서 자란 여성들까지 오히려 결혼을 통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갈 수 있는 기회로 생각했다. 농촌 거주 남자들의 미결혼 사태는 어느 특정한 경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80년대 이후 전체적인 현상이 되었으며 90년대에는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2천년대 들어서면서 결혼 하지 못하고 혼자 사는 농촌 남자들이 누적되면서 어떤 극적인 돌파구가 필요해졌다. 90년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문제가 유연성을 띄기 시작하자, 같은 동포인 중국 조선족 출신들을 아내로 맞으려는 움직임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이때만 해도 농촌 젊은이들의 신부감은 우리와 같은 민족인 조선족이었다. 문화적 갈등은 있지만 민족적 언어적 갈등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꾀하고 물질적 욕구를 해소하고자 하는 동남아시아의 저개발국가들, 영어권 사용국가인 필리핀이나 베트남 여성들이 새로운 신부감으로 등장했다.
한국 농촌 남자들과 결혼을 원하는 여성들은, 한류 드라마를 통해 낯익어진 한국에 대한 동경감이 한국 농촌에 대한 현실을 잊게 만들어서, 막상 결혼해서 농촌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커다란 괴리를 경험하게 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신부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결혼은,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한국인과의 결혼을 통해 합법적인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취업을 통해 본국에 있는 자신의 가족을 부양하고 자신의 생활을 향상시키려는 계획적인 사기라는 음모론에는, 그 한쪽 당사자인 한국 남자들의 겸함이 숨어 있다. 신부를 자신과 동등한 인간으로 생각하고 사랑으로 보살폈다면 이런 비극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돈에 팔려온 신부라는 선입관으로 자신의 아내를 폭행과 욕설로 대하는 남편이 존재하는 한, 올바른 결혼이 정착될 수는 없다. 신부가 더 나은 생활을 꿈꾸며 돈에 ‘팔려왔다면’, 신랑 역시 여러 가지 인간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돈으로 신부를 ‘사왔다는’ 원죄가 있는 것이다.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본능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베트남이나 필리핀 신부를 맞이했다면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그리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오는 신부들이나, 그들을 통해 자손을 낳고 자신의 인간적 욕구를 해소하려는 신랑들이나, 서로의 결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먼저 되어 있어야 한다.
2006-11-20 오후 2: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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