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스님들의 자가용 소유와 운전이 그리 낯설지 않지만, 15년 전까지만 해도 ‘운전을 하는 스님들을 보는 것’이 일반 대중들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은 어색한 광경이었다. 그런데 최근 “스리랑카의 스님들이 운전면허를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한국 불자들에게는 “그런 일이 다 있어?” 하는 의구심과 흥미를 자아낸다.
10월 24일 스리랑카의 인터넷 언론 <콜롬보 페이지 뉴스 데스크(Colombo Page News Desk)>에서 전하는 소식에 따르면, 운전면허 신청을 거부당한 스님 두 분이 제기한 재판을 진행하는 항소법원에서 자동차 관련 정부 기관 책임자를 증인으로 신청하였다. 오늘날 스리랑카에서는 스님들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지만, 자동차 운전은 허용되지 않는다.
일부 스님들은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자동차 운전면허를 받을 수 있다”는 ‘자동차법’ 제 127조 규정을 근거로 자신들에게도 “면허를 발급하여야 한다”고 청원하였다.
스님들은 또한 “정부의 불교 담당 부서(the Commissioner of Buddhist Affairs)가 이 문제에 대해 자동차 관련 기관에 조언할 수 있는 권한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들은 “자동차 업무 부서에서 신청을 받아들여 운전면허를 발급하도록 명령해야 한다”고 항소법원에 요구하고 있다.
대형 고급 승용차를 소유하는 스님들이 많아져서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가 보기에는 도저히 ‘뉴스 같지 않은 뉴스’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뉴스가 우리 불교계에 전해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시고 부처님의 가르침과 계율을 정리하는 ‘제1결집’에서 “소소한 계율까지도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이래, ‘계율’은 불가침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정해놓은 계율을 수정하는 것이 불가하다고 해서,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따라 스님들에게 새로운 행위 규범이 요구될 때에도 손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 스님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지탄을 받는 것은 오히려 ‘소소한 계율’을 위반한 경우이기 쉽다. 그런데 계율에 규정되지 않은 일을 할 때마다 스님들 스스로 ‘이런 행동을 해도 되는지?’ 의심이 되어도 어느 한 곳 확인을 해줄 곳이 없고 준거로 삼을 규정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반 대중들이 스님들의 행동을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스님들도 행동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전해 듣기로, 남방 상좌부 불교권에서는 어떤 행위에 대해 “이것을 스님들에게 허용할지 말지” 종교성이나 각 종단의 계율위원회에서 장기간 논의를 거쳐 결정을 내리고 일단 결정이 내려진 뒤에는 모든 스님들이 준수하도록 요구하며, 위반 시에는 처벌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스리랑카에서 스님들에게 휴대전화 소지는 허용되었지만 아직까지 자동차 운전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식 구족계도 받지 않은 사미·사미니까지도 자가용을 소유하고, 수천만 원이 넘는 고급 대형 승용차를 몇 대씩 소유한 스님들이 적지 않은 우리나라 불교계에서는 꿈조차 꾸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심지어 호화 요트를 가진 분들이 있고 골프장과 카지노 출입까지도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 우리나라 스님들이, 운전까지 제약을 받는 상좌부 스님들에 비해 신도들에게서 훨씬 더 큰 예경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스리랑카 법원에서 이번 사건의 판결을 어떻게 내리든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만 ‘승가의 계율을 연구하고 스님들의 소소한 행동까지도 관리하는 기구가 있고 이곳에서 정하는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