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본주의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 기본 욕구의 위계설을 주장했다. 인간은 생존의 욕구, 안전에 대한 욕구, 사랑과 소속감에 대한 욕구, 자존감에 대한 욕구, 자기실현의 욕구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들 욕구는 위계가 있어서 하위의 욕구를 충족해야 상위 수준의 욕구가 생긴다. 즉 앞에 열거한 순서대로 욕구를 충족시켜야 다음 단계의 욕구가 생겨나 궁극적으로 자기실현의 욕구로 발달해 간다.
최근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불교사회복지기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999년에 이어 7년 만에 실시된 이번 조사 결과 불교계 사회복지시설은 모두 477개소. 1995년에 비해 382개소, 1999년에 비해 165개소가 늘었다.
이 결과를 분석해보면 불교계 사회복지시설이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불균형적으로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설에 대입해 보면 이러한 경향이 더욱 분명히 보인다.
불교계가 사회복지시설 운영을 통해 봉사하는 부문이 아직 기본적인 욕구 즉 생존의 욕구와 안전의 욕구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좀더 인간다운 삶, 나아가 영성까지 추구하는 여타 종교의 복지 지향성에 비하면 초보적 단계다.
매슬로우는 훗날 욕구 위계의 5단계에 한 단계를 추가시켰다. ‘개인을 초월하고자 하는 욕구’다. 불자들이야말로 바로 이 최상위의 욕구 단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사회복지시설 운영 주체를 보면 전체의 65.6%인 255개소가 정부 또는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아 운영중이며, 순수 불교계 직영 시설은 34.4%인 134개소에 불과하다. 즉 불교의 종교성을 구현하는 데 한계를 지니고 있다.
불교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을 이용하면서도 인간욕구의 가장 높은 단계인 부처님 법을 만날 기회를 갖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는 것이다. 복지시설운영을 통해 활발히 종교 전도 활동을 벌이는 타종교와 현저히 비교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스님이 재직하는 시설이 조금 늘어난(6.6%)것에 만족하지 말고, 더욱더 복지시설의 필요성을 중요하게 인식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도록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