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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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선거를 보고/수진(부산 해인정사 주지)
‘선거가 종단 망친다’ 곳곳서 개탄, 승단 위계까지 ‘위협’
‘대중공의’ 취지 갈수록 흐려져…율장정신 되새기자

제14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회오리바람처럼 지나갔다. 종단 정치로부터 먼 곳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왜 ‘회오리바람처럼’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가?
이번 선거와 관련된 이런저런 소리들을 어쩔 수 없이 들을 수밖에 없었고 들은 소리들이 모두 종단의 앞날을 걱정해야 할 만큼 심각했기 때문이다. 선거과정을 말로만 전해 들었지만, 마치 회오리바람이 들판을 휩쓸고 가듯 선거가 그렇게 치러졌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선거와 돈, 세간의 선거든 출세간의 선거든 돈의 개입에 따른 부작용은 다를 바가 없는 듯 하다. 세간의 선거에서는 금품을 주고받으면 50배의 벌금을 물리는 등 강력한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그러나 출세간의 선거에서는 금품과 관련한 제도를 말하는 것조차 부끄럽다.
승가의 선거에서 돈이 오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승가를 비승가로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관련 법규가 없는 것도 아닌데 공공연히 금품 살포를 둘러싼 말들이 나오고 세간으로까지 흘러 나간다. “출마자가 돈 쓰는 것은 선거의 기본이고 얼마를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자신의 의사 표시를 위해 투표권이 있는 스님들을 만나고 기본적인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정황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법과 규모가 경쟁적으로 커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선거는 승가의 재원이 분배(?)되는 계기도 된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다고 한다. 선거를 통해 ‘가진 스님’의 ‘가진 것’이 그렇지 못한 스님들에게 분배가 된다는 말도 안되는 이 논리는 승가의 의식이 이렇게까지 땅에 떨어졌는가 하는 우려를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돈의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선거가 승가의 기강과 권위를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종회의원이건 교구본사주지건 혹은 총무원장이건, 선출직의 선거를 앞두고 투표권자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한 표를 부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찾아간 투표권자가 조카상좌라거나 강원이나 선원의 후배가 되는 경우라면 어떻겠는가? 부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문중의 어른이나 선배로서의 권위를 지킬 수 있겠는가? 표와 권위를 바꾸는 것을 선거판의 일시적 상황논리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선거가 종단을 망친다.” 이번 제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이 말이 종단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선거에 입후보한 스님도, 그 은사스님이나 상좌스님도, 한 표의 ‘힘’을 가지고 여러 유권자를 만난 스님도 이를 지켜보는 재가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이 말을 했다는 것이다.
종단의 구성원 모두가 선거에 대해 상당한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으면서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오늘날 조계종의 선거는 1994년 개혁종단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 이전의 종권이 매우 불안하고 한 사람의 힘에 의해 종단이 사회의 변화를 외면하고 비민주적으로 운영되는데 대한 자성으로부터 개혁의 불길이 솟구쳤었다. 엄청난 시련을 겪으며 종단은 환골탈퇴하여 많은 부분에서 민주적인 틀을 갖추었다. 그 과정에서 불교전통의 의견 수렴 방법, 즉 대중공의 전통을 통해 주요 직책 맡을 스님을 선거를 통해 선출하도록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간 선거가 치러져 오는 양상을 지켜 보건대, 시간이 지날수록 선거를 둘러싼 잡음이 ‘대중공의’라는 아름다운 전통의 가치를 좀먹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출가정신의 퇴색이 수행의지를 갉아 먹듯 개혁불사의 정신이 사라지고 현실적인 욕망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한 탓에 ‘대중공의’가 세간의 선거를 능가하는 타락상으로 변한 것이다.
선거법을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입적한 법장 스님이 총무원장 재임동안 선거법을 고쳐 승가의 권위와 질서를 회복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했었다.
그 노력에 중앙종회의원 대다수가 동참했고 교구본사 주지를 비롯한 많은 승가 구성원들이 지지했었다. 그러나 종헌종법의 개정을 둘러싼 ‘실무’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고 들었다.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이런저런 실리와 명분 간의 계산이 오고갔던 탓이리라.
출가자에게는 한 시도 떠나서는 안 될 곳, 잘못됐다 싶을 때 빨리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 선거와 관련된 오늘날의 불합리한 현실에서 승가 구성원 모두가 돌아가야 할 곳 또한 그곳이다. 어디일까? ‘출가정신’ ‘율장정신’ 바로 그곳이다.
그곳으로 돌아가 개혁불사의 취지와 현재 종헌 종법의 입법 취지를 다시 한번 돌이켜 봐야 한다. 그간의 시행을 경험으로 과감하고 합리적으로 법을 고치고 보완해야 한다. 그리고 세속화 일로를 걷고 있는 오늘날의 승단을 진정한 출세간의 자리로 돌려놓을 방도를 찾아야 한다. 세간으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출세간은 그 존립의 의미마저 없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포교현장에서 매일같이 느낀다.
내 곁에는 불보살님보다 더 어려운 중생이 있다는 것을.
2006-11-06 오후 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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