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005년 1월 26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점심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나는 집이 없다. 청와대 올 때 집을 팔고 왔다. 내 아들도 집이 없다. 나를 포함해 서민들이 집을 살 때 까지 부동산 가격을 확실히 잡겠다”는 요지의 말씀을 했다.
청와대를 나오면서 ‘대통령이 자기 집이 없다고 집값을 잡겠다는 말이 대통령의 권위로서 합당한 말인가’라는 표현을 하는 사람이 있었고, ‘이 얼마나 솔직한 발언인가’라는 말을 하는 인사도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대통령의 부동산을 때려잡겠다는 정책의지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관련 대책은 모두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퍼부어 대는 부동산 대책 폭탄이 약효가 안 먹히고 있다. 약효가 안 먹힐 뿐만 아니라 정책의 부작용으로 엉뚱한 쪽이 피해를 입고 있다. 정말 ‘강남 아줌마’ 수준보다 못한 부동산 대책에 국민이 멍이 든다.
윤락여성에 대한 대책을 말할 때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에 바람이 몰리는 ‘풍선효과’로 표현하고 있는데 부동산 대책도 이와 흡사한 면이 있다.
노무현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패착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돈 가진 사람, 강남사람이 사는 지역의 집값을 잡고 지역균형발전을 시키겠다고 시작한 것이 결국 강남기대수익율을 더 높이고 지방땅값만 상승시켰다. 원래 부동산 정책이 원활하게 흐르기 위해서는 주택공급확대, 유동자금의 건전한 투자유도, 부동산관련 조세 강화 등의 정책이 나와야 했다.
그런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돈 있고 강남 사는 사람만 잡으면 전 국민이 박수를 칠 줄 알았는데 집값은 더 오르고 서민들은 집 갖기가 더 어렵게 되었다. 첫 번째 패착(敗着)이다.
둘째, 평등주의 원칙에 입각한 대책의 홍수다. 노무현정부는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불로소득이며,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주원인이므로 이를 100% 환수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소형주택의무공급, 분양가 원가공개, 개발이익환수 등 주택공급을 방해하는 조치를 연속적으로 내놓았다.
그러다보니 서울지역의 중대형 아파트 공급은 거의 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중대형 아파트 가격을 폭등시킨 것이다. 수요와 공급에 따른 자본주의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꾸어 보겠다는 정책이 패착의 두 번째다.
셋째, 즉흥적, 무계획적, 보복적 부동산 정책이다. 참여정부들이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대부분 시장원리를 무시한 공급억제 정책과 엉뚱한 곳에 수요를 만들려는 대책으로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가져왔다. 구체적인 내용도 없고, 정교한 계획도 없이 신도시 발표를 했다. 부동산 정책의 일반적 경향인 장기적 차원의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의 관점도 아니고, 단기적 차원의 시장안정 대책도 아니다.
주택보급율이 100%를 넘어섰는데 검단에 분당급 신도시, 파주에 일산급 신도시를 세운다고 발표를 하면 관심 있고 인기 있는 지역의 부동산 수요에 알맞은 대책이라고 보는가.
특히 신도시에 분양되는 아파트의 분양가가 서민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가격이다. 한마디로 가진자들만을 위한 명품 신도시 계획인 셈이다. 이는 계층간의 위화감은 물론 빈부의 차를 더 크게 만들어 우리 사회를 더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젊은 사람이 자기 집을 장만하는데 44년이 걸린다는 경제연구원의 보고서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결론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강남집값도 못잡고, 서민들 주거안정도 달성하지 못한 최근의 정책실패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야말로 정책의 하지하(下之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