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불교 독자 여러분들은 가을이 되면 어떤 음식이 생각나십니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전 당연히 송이버섯과 더덕, 우엉과 연근, 토란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가을 산에서 나는 이 모든 식재료는 향으로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송이버섯이나 더덕, 연근, 토란 등은 예전엔 가을이 아니면 맛보지 못할 정도로 한철 잠깐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지요. 요즘에야 온실에서 재배가 돼 꼭 제철이 아니라도 맛볼 수 있지만, 그래도 가을에 나는 것들만큼 진한 제 향을 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제가 더덕을 처음 맛본 때는 10월이 지나가는 늦가을이었습니다. 제 고향 대천의 작은 절에서 노스님께서 더덕으로 김치를 담그셨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다닐 때니까 그때의 더덕은 지금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향이 진하고 독특했습니다. 물론 스님께서 직접 농사지은 것은 아니었지만, 빨간 고추장에 버무려 생으로 담근 김치는 매우면서도 아주 맛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조금 얻어온 더덕김치 때문에 제 발걸음은 구름 위를 날아가는 것처럼 가벼웠습니다.
평소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던 식재료들이 사찰에선 맛있는 음식으로 변하는 경험을 저는 자주 합니다. 음식이란 것이 본래 그런 것이 아닐까요? 사람을 행복하게도 하고 즐겁게도 만드는 힘이 담긴 것이 바로 음식인 것 같습니다.
여름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겨울을 따뜻하게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우엉, 연근 등의 뿌리채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우엉과 더덕을 이용한 음식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만드는 법
<우엉더덕꿀환> 재료: 우엉 30cm, 더덕 4뿌리, 검정깨 2큰술, 꿀 1큰술, 식초 약간, 설탕 1작은술

① 우엉은 10cm 길이로 잘라 껍질을 벗겨 식촛물에 잠깐 담궈둔다. ② 김이 오른 찜솥에 더덕과 우엉을 넣고 찐다. ③ 굵은 채나 강판에 우엉과 더덕을 간다.(우엉과 더덕은 섬유질로 구성되어 감자나 고구마처럼 고운 가루가 나오지는 않는다.) ④ 간 더덕과 우엉에 설탕을 고루 섞어 잘 치댄다. ⑤ 반죽된 우엉과 더덕을 섞어 환으로 빚어준 후 실온에서 1~2시간 건조시킨다. ⑥ 환의 한쪽 끝에 꿀을 발라준 후 검정깨를 묻혀 완성한다.

<우엉더덕꿀차> 재료: 우엉 30cm, 더덕 5뿌리, 검정깨 2큰술, 꿀 1컵, 소금 약간

① 우엉은 껍질을 벗겨 어슷하게 썰어 냉수에 담가 둔다. ② 더덕은 어슷하게 썰어 소금물에 담가 아린 맛을 뺀다. ③ 우엉과 더덕의 물기를 완전히 빼준다. ④ 병에 더덕과 우엉, 검정깨, 꿀을 담아 밀봉한다.
※맛내기 포인트: 우엉더덕꿀차는 7주 후부터 먹을 수 있다. 이때 건더기까지 다 먹으려면 우엉과 더덕을 건져 믹서에 갈아서 꿀차에 섞어 마신다.

▶다음 주에는시래기 나물밥과 즉석 양채겉절이를 만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