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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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정신의 음료① 차(茶)의 신화/이창숙(동아시아 차문화연구소 연구원)
태양이 솟아오르고 봄기운이 무르익으면 나무들은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새싹을 피운다. 온화한 훈풍과 토질은 맑고 투명한 녹색의 향기로운 영초(靈草)를 피운다. 사람들은 이런 자연의 이치를 부여받아 함께 살아간다.
태초부터 만물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양식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치료제로 사용되었다. 식물의 발견과 이용은 사람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사회적 필요 요건에 의해 발전의 단계를 거치며, 시간과 공간 속에서 전통적 개념이 생기게 되었으며 상징적 의미가 부요되었다.
기록된 문헌이나 구전에는 청렴한 재상(宰相), 신선(神仙), 고승(高僧), 학식 높은 인물 등이 차를 즐겼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런 선인(先人)들의 차 이야기들은 그들의 삶과 생활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본래 차나무에 대한 기원은 인도와 중국에 두고 있지만 차의 활용에서는 중국에서 찾아보는 편이 용이하다. 중국의 오래된 약서(藥書)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의하면 “신농(神農)은 수백 가지의 풀을 맛보고 약효를 시험하다가 하루에 72가지의 독을 만났으나 차로 해독하였다”하여 신농 때부터 차를 마셨다는 전설이 있다. 신농은 고대 중국의 신화 속에서 생명을 주는 신으로, 소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하고 있다. 곡식을 심어 인류에게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주었으며, 열기를 내뿜어 오곡이 자라도록 하였다.
의약의 신이기도 한 신농은 채찍을 가지고 여러 약초들을 채찍질하여, 독성이 있는지 없는지 아니면 한성(寒性)인지 열성(熱性)인지 알아내어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주었다. 또한 약초를 직접 복용하여 실험하였는데 하루는 끓는 물에 약초를 넣기 위해 솥뚜껑을 열자 하늘에서 서너 개의 나뭇잎이 솥 안에 날아들어, 끓는 물속에서 상쾌한 향기가 천천히 퍼져 나왔다고 한다. 또한 맛은 쓰고 떫고 뒷맛은 단맛이 있었으며, 몸에는 이상한 기운이 돌며 피로가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졌다고 한다. 신농은 이 나뭇잎을 찾아 산야를 돌아다녔고 마침내 그는 솥에 떨어졌던 잎과 똑같은 차나무를 발견하였다. 차가 곡식과 치료 의 신인 신농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상징성이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그만큼 중국인에게 차는 생활필수품과도 같은 것이다.
차에 대한 전설로 6세기경 달마대사(達磨大師)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달마는 남인도 향지국의 왕자로 중국에 불교를 전하러 왔다. 달마는 중국의 소림사에서 무술을 익히며 무예를 창안하기도 하였으며 오늘날 우리가 참선이라고 하는 수행법을 소개했다. 대사는 벽을 보고 앉아서 움직이지 않고 명상에 잠겼는데 처음에 제자들은 스승을 따라 하다가 꾸벅꾸벅 졸았다. 이를 본 대사가 자기의 눈꺼풀을 떼어서 마당에 던지자 거기에 차나무가 솟아나 이 나무의 잎을 끓여 먹은 제자들이 정신을 차려 수행에 정진했다는 전설이 있다. 이때부터 차는 불가(佛家)의 수행음료가 되었다. 차가 단지 잠을 쫓는다는 사실보다는 자기의 눈꺼풀을 잘라내어 제자들이 수행할 수 있게 한 달마의 자비심이 더 돋보이는 장면이다.
이런 달마 대사의 일화는 차가 불가에서 특별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음을 말한다. 차를 마심으로 깨어있어,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는 불가의 음료가 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차 문화는 이제는 상징성을 뛰어넘어 인류의 삶속에서 다양한 의미로 자리하고 있다.
2006-10-28 오전 10: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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