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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신비의 음료⑪ 일상속의 커피/이창숙(동아시아 차문화연구소 연구원)
커피는 사람들의 의식과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며, 예술과 철학, 정치와 경제뿐 아니라 동ㆍ서양의 음료 문화에 새로운 이슈를 만들었다. 중세에 알코올에 취해있던 유럽을 깨어나게 했고 신대륙의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었으며 부의 축적을 가져왔다.
이런 문화적인 변천과 산업화를 거쳐 온 커피는 우리 생활 속에 일상화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회의 때마다 돌려지는 커피, 밥을 먹은 뒤 마시는 커피, 건물에 어김없이 서있는 커피 자판기 등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이 음료는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은 필수품이 되었다.
사회에서 음료 즉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단순히 물을 대신하는 습관만은 아닐 것이며 커피가 가지고 있는 약리성, 그리고 더 나아가 대인관계의 매개체로서의 의미를 넘어 특별한 상징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커피를 마시고 난 후 점을 치기도 하고, 커피를 가지고 의식을 행하는 부족도 있다. 이들은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것으로부터 껍질을 벗겨 원두를 볶고, 원두를 씹으며, 이마에 커피 가루를 찍어 바르고 달콤한 우유에 커피가루를 넣어 마시면서 사람들과 함께 기도문을 암송한다. 이런 의식을 통해 사람들은 영적인 권능을 부여받는다고 여겼다. 이들에게 커피는 부자가 되게 하는 재물신이며 악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수호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의식을 통해 커피를 마시는 부족이 있는가하면 버튼만 누르면 종이컵에 간이 맞추어 나오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은 지역의 풍토성과 민족의 전통에 따른 문화의 다양성을 말해준다.
물론 ‘먹을거리’로서 원두를 볶아 가루를 만들어 밀크에 타서 먹는 것, 빵과 함께 먹는 것, 계피나 다른 식품을 첨가해서 마시는 것 등은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초기 시대나 대중화를 이룬 지금이나 어느 정도는 일치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교한 커피 맛을 위한 다양한 커피머신과 바리스타가 있어 커피의 풍미를 더해 주기도 한다. 호젓한 노상 카페에서 풍겨나는 커피 향과 생음악의 노래 가락에서 옛 추억의 푸근한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며, 힘겨웠던 하루의 피로를 잊기도 한다.
이처럼 커피는 물질문명의 발달과 함께 다양한 의미를 간직하였으며 인류에게 새로운 의미의 의식을 부여하기도 한다. 즉, 자판기 앞에 선 사람들, 찻잔을 마주한 연인들, 회의석상의 한 잔의 커피 앞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일이 잘 되게 해 주세요” 하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할 것이다. 이런 무의식적인 행위는 누구에 의해서도 아니며 거대한 커피산업과 기업들의 마케팅에 의해 이루어졌다고도 할 수 없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 문화의 형태이다.
돌이켜 볼 때 커피는 이슬람이 서방세계의 침략과 함께 전파 된 것으로 진취적이며 이성적인 음료로서 세계인의 음료가 되었고, 우리에게도 커피는 19세기 후반의 외세의 침입으로 인한 혼란기에 유입되어 일제강점기와 근대화라는 물결 속에 정신없이 보낸 역사 속에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차(茶)는 우리의 오랜 전통과 선인들의 정신문화 속에서 광채를 발휘하고 있으며 자기실현을 위한 음료로 수행(修行)과 함께 시작되어 동양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세계 3대 음료중의 하나인 기호품이 되었다. 이처럼 차와 커피는 음료로서 많은 이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커피의 역사를 문화사적 측면에서 살펴보았으며, 다음 호부터는 차 문화사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2006-10-23 오전 1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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