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불교학과 노교수는 불교의 특성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호보응성(相互普應性)’이라고. ‘조건 없이 서로를 넓게 비춰 끌어안는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됩니다. 아마도 불교사상의 포용성과 수용성이 탁월하다는 뜻일 겁니다. 하긴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중국, 한국, 미얀마, 태국 등 전세계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현지 전통문화와 큰 마찰이 생기지 않았잖습니까?
삼성각은 불교가 우리나라에 토착화되면서 생겨난 전각입니다. 삼성각은 산신(山神)과 칠성(七星), 독성(獨聖)을 한데 모신 건물입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토속신앙을 불교적으로 수용한 예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삼성각에 모셔진 산신과 칠성과 독성은 각각 독립된 전각에 봉안되기도 합니다. 산신은 우리나라 국토의 70%가 산악인 점에 비추어 쉽사리 정신적 의지처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얀 수염의 산신할아버지는 호랑이와 콤비를 이루고 있지요. 호환(虎患)에 대한 공포와 외경심이 만들어낸 상징이었을 겁니다.
칠성은 수명을 담당하는 북두칠성의 화신으로 신앙의 뿌리가 대단히 깊습니다. 북두각(北斗閣)이라고도 하지요. 독성은 나반존자(那畔尊者)라고 하며 홀로 십이인연(十二因緣)의 이치를 깨달아 독성(獨聖)이라고 합니다.
사찰에 따라서는 산신과 용왕과 독성을 모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고려말의 삼대성승인 지공(指空), 나옹(懶翁), 무학(無學)의 삼성(三聖)에 칠성과 독성을 봉안하기도 했습니다. 김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