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스스로를 모독하지 않는데 남이 모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기에 언제나 자신을 바로 세우는데 힘써야 하고, 스스로의 공동체를 화합된 모습으로 지켜 나가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한 말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곳이 바로 불자들과 불자들의 공동체이다. 그 가운데서도 청정성과 화합 면에서 가장 모범적인 모습으로 귀감이 되어야 하는 곳이 스님들과 스님들의 공동체인 출가승단이다.
그러한 기대와 여망이 집중되기에 스님들과 승단의 조그만 잘못도 일파만파 식의 큰 파장을 불러 오게 마련이다. 뜻있는 사부대중 모두가 이러한 파장에 가슴을 쳐 온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직도 불법 자체의 수승함조차 도매금으로 조소와 의심의 대상이 됐던 수모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오는 10월 26일 열리는 조계종 제14대 중앙종회의원 선거를 바라보는 불자들과 국민의 눈이 복잡한 빛을 띨 수밖에 없는 이유, 그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일들이 과거 거대 종단의 큰 행사에서 심심찮게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종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범죄경력자들이 종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준 종무원법 개악이 있었기에 한층 우려 섞인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선원 강원 율원 등 직능 대표들의 종회진출 요구 등의,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면서도 지켜지지 않았던 일들이 이번 종회선거에서는 이루어질 수 있을 지도 큰 관심거리다. 이미 의혹이 깃든 눈초리들이 집중된 마당이기에 의혹의 대상이 될 만한 의원이 선출된다면 아무리 변명해도 의혹을 확증시키기만 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당연하고 상식적인 요구가 또 지켜지지 않는다면 청정승단에 대한 불자들과 국민의 존경심이 얼마나 남을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세속적인 절차와 제도들도 스님들이 운용하니 정말 싱싱한 초세간적인 맛이 난다는 찬탄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이러한 바람이 너무나 비현실적인 주문으로 비웃어지는 것이 오늘의 종단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는 새로운 모습이 이번 종회의원 선거부터 나타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