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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한글창제 560돌을 보내며/강동민(한민족문화연구원장)
우리말과 글 속 민족정신 바로알자

10월 9일 한글날이 지나갔다. 올해는 기념일에서 국경일로 승격된 뒤 처음으로 맞는 한글날이라 그 의미가 컸다. 그래서 560돌을 맞은 한글날 기념식장에 대통령이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글날은 그 의미에 비해 썰렁하게 지나갔다.
인터넷의 발달과 통신의 발달은 급격하게 언어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지만 청소년들의 채팅언어는 외국어를 방불케 한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주고받는 문자들 역시 의사소통의 기본 기능에만 충실(?)하기 때문에 언어로서의 질서는 잃은 지 오래다. 그러나 채팅과 문자 메시지가 갖는 편리성 뒤에는 우리의 언어생활 자체를 왜곡시키는 무서운 ‘습관’들이 침략자처럼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원시신앙 가운데 태양신을 숭배하는 종족이었던 우리 선조는 자신을 ‘나’라고 표현하는데, 오늘날의 ‘나’는 ‘라’가 변한 말이다. ‘라’는 태양을 뜻하는 말이었다고 한다. 우리 선조는 자신을 태양과 동일시하는 높은 기상을 가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박병식 선생은 우리말의 원시조어에서 우리 민족의 웅혼한 기상과 드넓은 세계관을 함께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말은 바로 우리의 정신이고 삶의 지향이었던 것이다.
BC 4천년전 쯤에 문자로 된 가장 오래된 기록을 남긴 수메르 사람들은 아버지를 ‘아빠(abba)’라 부르고 어머니를 ’아마(ama)’, 아내를 ‘마라(mara=여자)’라 불렀다. 오늘의 우리말과 흡사한 것은 우연일까?
세계적으로 중국의 문자로 알려진 한자도 우리의 선조인 동이족이 만들었다는 주장에 나는 공감한다. AD543년에 만들어진 한문사전 <옥편>에는 한자를 읽을 때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4성 즉, 평성 상성 거성 입성이 그것이다. 이 4성의 발음기호를 따라 읽어야 한자의 정확한 뜻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평성은 낮지도 높지도 않게 고르게 말하는 소리다. 상성은 강하게 높이 부르짖는 소리이고 거성은 분명하게 슬픈 듯이 멀게 말하는 소리다. 입성은 짧고 촉급하게 거두어 감추는 소리로 ‘ㄱ’ ‘ㄹ’ ‘ㅂ’ 으로 끝나는 소리가 해당된다.
그런데 여기서 입성은 계절로 치면 겨울에 해당하는 발음이다. 겨울이 없는 곳에서 역사가 시작된 중국의 화화족(한족)들은 입성을 발음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북녘 북(北)을 발음 할 때 입성의 발음기호대로는 ‘북’이라 일음절로 발음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일음절로 발음하지 못하고 ‘베이’라 한다.
<옥편>의 30% 이상이 입성 발음인 것으로 볼 때 한자는 겨울이 있는 지금의 동북3성(길림 요녕 흑룡강)과 하북성 산서성 산동성 등의 옛 동이족의 활동무대에서 만들어진 문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 고대 일본어와 현대일본어를 연구하면 거기에도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언어가 상당히 스며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역사의 시조가 우리 선조이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렇게 보면, 우리민족은 한자와 한글의 모체라는 가림토문자, 이두문자, 한글 등 네 가지의 문자를 창제한 위대한 민족이다. 그것은 우리의 말이 그만큼 위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위대한 말을 위대한 글로 표현하기 위해 우리민족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우리말에 담긴 우리민족의 정신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아내’가 ‘안에 있는 해’를 뜻한다는 것과 ‘아이’가 ‘작은 해’라는 것은 다 아는 얘기다. 아버지의 ‘아’는 ‘높다’ ‘크다’ ‘빛난다’는 뜻이고 ‘버’는 본래 ‘하’였는데 태양을 뜻하는 말이다. ‘지’는 소유격의 의미다. 즉 ‘아버지’의 원어는 ‘아하지’이며 ‘높은 태양인 사람’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버지는 높은 태양이며 그의 아내는 집 안의 태양이며 그 부부가 낳은 아이는 작은 태양이라 불렸음을 알 수 있다.
태양신을 숭배했던 선진부족이 우리의 선조였고 그들의 말과 문자가 우리의 핏줄기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 바탕은 바로 태양과 같이 스스로 밝고 찬란한 인격에 대한 지향이었다. 언어질서는 사회질서이고 민족정신의 반영이다. 우리말과 글이 더 이상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말과 글에 스민 우리의 역사와 정신을 바로 가르치고 배우는 저변부터 확대해야 한다.
2006-10-16 오전 10: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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