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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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원철 스님(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여하시조사서래의(如何是祖師西來意)닛고?”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인가 하는 물음은 오랜 세월동안 눈이 한 개라도 있고 입이 제자리에 붙어있는 놈은 다 한번씩 물어보았을 것이다. 이는 선의 근본정신을 묻는 선문답의 정형인지라 이에 대해 한 마디라도 대답하지 않으면 선사 축에도 끼지 못하는 부담스런 질문이기도 하다.
심지어 시대를 초월하여 현대사회에 와서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이라고 하여 영화제목으로 다시 살아났다. 달마대사는 중국의 서쪽에 위치한 인도에서 왔다. 밤 마실을 나가는 것도 다 까닭이 있기 마련인데 벽안의 눈 푸른 납자가 이역만리 중국으로 배를 타고 그 모진 풍랑을 헤치고 왔으니 그 이유가 없을 수 없다.
그런데 달마대사가 열반한 이후 웅이산에서 장례를 지낸지 삼년 후에 송운(宋雲)이라는 사람이 서역의 사신으로 갔다. 돌아오는 길에 총령에서 손에 짚신 한 짝을 들고서 홀홀히 가고 있는 달마대사를 만났다.
“선사시여! 어디로 가십니까(師何往)?”
“서역으로 가노라(西天去).”
송운이 복명을 마친 이후 왕에게 여담으로 길거리에서 달마대사 만난 일을 자세히 보고했다. 황제가 의아해하면서도 이를 확인하기 위해 무덤을 열게 하였는데 빈 관에 신 한 짝만 남아 있었다. 그 유명한 ‘수휴척리(手携隻履:손에 짚신 한 짝 들고서)’ 공안의 전말이다.
달마는 다시 서쪽으로 가 버렸다. 그렇다면 달마께서 서쪽으로 가신 뜻은?
어쨌거나 달마는 동쪽으로 왔다가 다시 서쪽으로 가버렸다. 그럼에도 ‘동쪽으로 온 뜻’은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일본에 까지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질문은 태평양 건너 신대륙까지 동쪽으로 동쪽으로 계속 의심의 화두가 돼 퍼져나가고 있다.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에 대한 대답은 정말로 각양각색이다.
조주선사는 ‘뜰앞에 잣나무(庭前栢樹子)’라고 했다. 그리고 다른 날엔 똑같은 질문을 받고서 “울안에서 소를 잃느니라”고 했고 또 다른 날에는 “섣달이 저물어도 종이로 만든 가짜 돈을 사루지 않는다”라고도 한 바 있다. 조주선사의 답변이 비교적 다양하다. 원체 말씀을 잘 하시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운문선사는 지저분하게도 ‘마른 똥막대기’ 라고 했다. 기상천외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현오광혜(玄悟光慧)는 ‘조사서래의’를 묻는 납자에게 “예배하지 않고 어느 때를 기다리는가(不禮拜 便待何時)?”하고 되쏘아주고 있다. 아마 본질적인 답변에 너무 목이 말라 선지식에게 절을하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뻣뻣하게 선 채로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진지하게 물었던 모양이다.
동산(洞山)선사는 “마치 놀란 닭과 물소같느니라”고 하였고 영운선사는 “지독한 독에 쏘일 때를 임하여 우물 밑에다가 사과나무를 심느니라” 고 했다. 그러고보니 ‘내일 이 세상이 망하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스피노자(1632~1677)의 말도 여기에 근원을 두고 있는 모양이다.
현자( 子)스님은 “신주 앞에 놓인 술잔이니라(神前酒臺盤)”고도 하였고, 영안선사는 “벽 위에 마른 소나무를 그려놓으니 벌들이 다투어 와서 꽃술을 모우느니라” 하여 솔거가 그렸다는 그 유명한 벽화를 생각나게 하는 대답을 하고 있다.
뭐니뭐니 해도 조사서래의를 묻는 말에 임제와 법상의 답변이야말로 최고 압권이다.
임제선사는 “만약 서쪽에서 오신 뜻이 있었다면 자기조차도 구제하지 못했을 것이다(若有意 自救不了)”라고 조금 고상하게 에둘러서 말하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나꿔채서 대매법상선사는 아예 한 술 더 떠 “서쪽에서 오신 뜻이 없느니라(西來無意)”고 하여 가장 과격한 그러면서도 일체 군더더기가 없는 대답으로 매조졌다.
그러니 이제 어느 누구도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만들어 버렸다고 하겠다.
2006-09-23 오전 10: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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