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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영원한 기업은 없다/구병진(경영학 박사)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OECD 국가들 가운데서도 최고의 자살률을 기록했다. 매우 극한적인 어려움에 맞서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살의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다는데, 이렇게 쉽게 생명을 포기하는 세태가 몹시 안타깝기만 하다.
최근의 통계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살을 하게 되는 다양한 이유들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사업에 실패하여 자살을 택하게 되는 유형에 대해서는 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업의 실패는 개인에게 감당하기 힘든 많은 어려움을 가져오며,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패야말로 어떻게 보면 사업의 본질이다. 왜 실패가 사업의 본질일까. 기업이라는 것도 생물처럼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새로 창업한 기업의 90% 이상이 3년 이내에 문을 닫는다는 통계가 그러한 사실을 생생하게 증명해준다.
새로 탄생한 소규모 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경우에도 이 엄연한 진리를 벗어날 수 없다.
1970년대 우리나라 30대 재벌 기업 가운데 지금도 남아 있는 기업은 얼마나 될까. 기업의 주인이 바뀌고, 심지어 사라지고 해서 남아 있는 기업을 세는데 열 손가락이면 충분하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가고 있지만 30년 이상 이상 지속되는 기업은 100세가 넘게 사는 사람만큼 드물다.
기업의 탄생은 단순한 창조가 아니다. 수많은 인연이 화합한 결과이다. 기업의 구성 요소에는 인적, 물적인 여러 요소들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변화하게 되고, 기업의 형태로 연결되어 있는 인연도 언젠가는 그 수명을 다하게 된다.
일체가 무상하므로 영원한 기업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기업도 생물처럼 언젠가 인연이 다하면 사라진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 인연이 다한 기업의 생존에 집착함으로써 발생하는 개인적 혹은 사회적인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결정적인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 이유는 더 이상 회생의 희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붙잡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적절한 시기에 기존의 사업에서 철수하게 되면 충분히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데도 그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절제된 판단력이 경영자가 지녀야할 중요한 덕목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불교경영학에서는 기업이 영속성을 유지시키는 고갱이를 가지고 있는 독립된 존재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기업은 여러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인연으로 한 때 화합해 있는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사업을 하는 사람은 기업이 영원하게 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 기업의 운명이라고 체념하여 소극적인 경제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결단을 내리고 미련을 버려야 할 때 기업의 존속에 집착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에 많은 해악을 가져온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개인에게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고통으로 다가와 심지어 자살로까지 몰고 가게 된다. 일체가 무상함을 여실히 알게 될 때 우리는 보다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중단해야 할 때 중단하고 시절인연을 기다리는 행동이야말로 진정으로 용기 있고 적극적인 경제활동이다.
2006-09-23 오전 10: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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