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가면, 스님들 앞에 붙는 호칭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방장, 주지, 원주, 노전, 부전 등…. 불교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는 사찰에 찾아가 스님을 뵐 경우, “어떤 호칭으로 불러야 하지?” 하며 당황스러울 때가 있지요.
호칭은 그 사람의 역할과 소임을 담고 있습니다. 가령 원주라면, 절 집 살림살이를 계획하고 집행하는 실무책임자입니다.
문제 하나를 내볼까요? ‘수좌(首座)’가 무엇일까요? 한자의 뜻만 새겨 봐도 얼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수좌는 선원(선방)에서 최고 어른스님입니다. 수행의 모범이 되는 스님으로, 총림(선원, 율원, 강원을 모두 갖춘 큰 사찰)에서는 방장스님이 없을 경우, 수좌가 모든 역할을 대신할 정도로 높은 직책입니다. 때문에 수좌는 수행자들에게는 정신적 지표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 뜻의 수좌가 최근에는 선방에서 참선을 주로 하는 스님들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고 있지요.
지역의 어느 대학을 보니까, 직책을 이렇게 해놨더군요. 총장, 명예총장, 법무 담당 부총장으로 말입니다. 여기 빗대 설명하면, 방장은 종합대학교 총장, 조실은 명예총장, 수좌는 선원 담당 부총장 정도쯤 될까요? 방장은 총림에서, 조실은 선원이나 큰 절에서, 수좌는 선원에서 최고 어른스님이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수좌를 선원 담당 부총장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장과 조실스님을 보좌하며, 총림에서 제1 순위인 선원에서 대중을 지도하기 때문입니다.
김철우 기자 in-ga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