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하면 먼저 생각나는 재료가 두부와 콩, 나물 등일 것입니다. 거기에 저는 연근과 우엉을 보태고 싶습니다. 보통 연근과 우엉은 조림이나 우엉이 들어간 김밥 정도로 밖에 활용을 못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우리 보살님들은 우엉과 연근으로 어떤 음식을 만들어 드세요?
전 요즘 이 ‘우엉’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우엉은 손질하기도 힘들고 모양이 예쁜 것도 아닙니다. 특히 아이들은 우엉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요. 저 역시 어릴 적엔 우엉을 먹지 않았습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가리는 음식이 많았던 제가 어떻게 요리연구가가 되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저를 아는 한 보살님은 저에게 “그 조그만 체격으로 어떻게 그렇게 일을 할 수가 있으세요? 어떻게 그런 음식 맛을 내는지 알 수가 없어요.”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전 요리를 하기엔 체격도 작고 건강한 몸도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사찰음식을 공부하며 온 정열을 쏟아 부은 후부턴 예전의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음식도 그렇습니다. 예전엔 제가 먹기 싫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사찰음식을 만드느라 각양각색의 재료를 먹고 본연의 맛을 느껴보아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우엉의 깊은 맛에 빠지게 된 것이죠.
흙이 잔뜩 묻고 생긴 것도 예쁘진 않지만 얼마나 맛있는 음식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 것이 바로 우엉입니다. 사물을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진리를 음식 속에서 배우고 있는 것이지요.
흙 묻은 재료를 손질해 맛있는 한 그릇의 음식으로 만들어 식탁에 올리는 뿌듯함과 그것을 먹는 사람의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부처님이 제게 주신 가피가 아닐까 싶습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만드는 법
<우엉 표고버섯밥> 재료: 우엉 1줄기(15cm), 표고버섯 2장, 쌀 1/2컵, 참기름 약간, 식초 약간, 양념장(국간장 3큰술, 다진 청고추 1큰술, 다진 홍고추 1큰술, 다진 양파 1큰술, 통깨 약간, 참기름)
① 쌀은 미리 세척해 불려놓는다. ② 우엉은 곱게 채 썬 후 식초 물에 살짝 담가 놓는다. 표고버섯은 채 썬다. ③ 우엉과 표고버섯은 참기름에 볶아준 후 불려놓은 쌀과 섞어 밥을 짓는다. ④ 완성되면 양념장과 함께 낸다.
<우엉 영양죽> 재료: 우엉 1/4뿌리, 두유 1컵, 양송이버섯 2개, 채수 1컵, 참기름, 식초, 검정깨 약간
① 우엉은 깨끗이 문질러 씻은 뒤 껍질을 벗겨 어슷하게 썰고, 찬물에 식초를 약간 넣어 담가두었다 물기를 뺀다. ② 냄비에 참기름을 약간 두르고 우엉과 납작하게 썬 양송이버섯을 볶는다. ③ ②에 물을 붓고 끓인다. 우엉이 무르도록 끓인 후 한 김 식혀 믹서에 곱게 간다. ④ 마지막에 두유를 넣어주고 그릇에 담은 후 검정깨를 고명으로 올려 완성한다.
▶다음 주에는 도토리묵과 도토리오가리 무침을 만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