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通度寺). 천하의 진리를 회통하여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으로 영축산 통도사의 편액을 볼 때마다 그 길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한다. 요사이 어른을 잃은 불지종가(佛之宗家)의 스님들은 도(道)로 통하는 길을 잃어버린 듯하다.
방장 월하 스님(조계종 제9대 종정)이 2003년 12월 원적에 든 이후 통도사는 예전 모습이 아니다. 2005년부터 무려 6번이나 후임 방장 추대를 위한 산중총회를 열었지만, 아직도 결론이 없다.
총림법에 따라 주지를 지명하도록 되어있는 방장 부재로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임기가 만료된 현문 스님에게 네 번이나 주지직무대행 임명장을 끊어주었다. 유례가 없는 다섯 번째 직무대행을 임명한 9월 5일, 총무원의 한 관계자는 새 주지직무대행 지은 스님에게 언제까지 총무원이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11월 정기 중앙종회 이전까지 새 방장후보를 추대 못하면 통도사는 총무원장 직권으로 ‘총림해제 건의안’ 상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전한 것이다. 비록 지은 스님이 현문 스님 주지 시절 부주지를 맡았었지만 새롭게 종무소 7직 국장 인선을 단행하고 총림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돌입한다니 지켜볼 일이다.
지금까지 ‘젊은승가회’ ‘통도사화합모임’ ‘영축총림비상대책위’ 등 이름도 외우기 힘든 여러 단체들이 3년여 동안 현문 스님 중심의 통도사 집행부와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양쪽 모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삼보사찰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대표급 사찰인 통도사가 방장이나 주지 자리가 계속 공석이고, 어두운 밤길을 헤매듯 ‘도에 이르는 길’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는 모습은 정말 보기 민망할 지경이다.
산문안 800여 대중이 ‘구하-경봉 문중’을 놓고 갈라져 싸우는 소리가 담장을 넘어 세속으로 고스란히 전달 될 때마다 불자들 마음도 큰 상처를 입었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불보종찰의 명예가 지금처럼 바닥으로 추락한 것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기 어렵다. 더욱이 8일에는 중앙종회 내 금강회 보림회 소속 일부 스님들이 전·현직 주지의 비행 의혹을 제기하며 사법기관에 진정을 내고 수사를 촉구해 불자들을 더욱 우려케 하고 있다.
모든 이들이 통도사가 하루라도 빨리 통도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가풍을 되찾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지도무난 유혐간택 (至道無難 唯嫌揀擇·도에 이르는 것은 어렵지 않나니, 다만 가리고 고르는 일을 그만두면 된다 <신심명>).’ 길을 잃고 헤매는 통도사를 보노라면 승찬 스님의 이 가르침이 유난히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