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라도 못 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이 만드는 담배. 하지만 단 번에 끊고 나니, 담배 없이 살아도 살아지더군요. 자기 전, 담배 한 대의 유혹도 자고 나니 연기처럼 사라지더군요. 금연에 성공한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금연! 별 거 아니더군. 흡연욕은 있되, 그 실체는 없더군. 피고 싶다는 마음이 본래부터 없더라고. 진작에 유명무실(有名無實)의 이치를 깨쳤어야 했는데….”
유명무실. 이름만 있고 영원한 실체가 없다는 뜻이죠. 사실 이 말은 불교의 핵심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모든 물체는, 그 이름은 있되 인연이 다 되면 그 이름조차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가령 여기 수레가 있다고 합시다. 이 수레는 지금 만들어놓고 이름하여 수레라 하지만, 이것이 어느 때건 부서지고 망가지면 수레라는 이름조차 없어집니다. 부처님 말씀에 ‘인연가화합(因緣假和合)’이란 말이 있잖아요. 이름은 있되 실체가 없다는 진리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네 인생살이가 참으로 어리석습니다. 허상으로 나타난 이름과 현상에만 집착해 그 본질을 못 보니 말입니다. 유명무실의 이치가 담긴 금연도 못하면서 하루하루 담배의 굴레를 못 벗어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김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