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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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방문과 몽골불교의 고민/자유기고가
‘달라이 라마 방한 추진위원회’를 조직해 여러 해 동안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려 노력했지만 우리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로 이제까지 그분의 방한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웬만큼 세상 물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비자 발급 거부의 배경에 중국 정부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외교적 압력을 받는 몽골에는 여러 차례 방문하여 법회를 열었고 최근에도 방문이 이루어져 몽골 불교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주었다.
몽골은 서기 17세기 이래 티베트의 ‘금강승(金剛乘 Vajrayana) 불교’를 ‘준(準) 국교’로 삼아 왔다. 그러나 소련의 지원에 힘입어 공산 혁명이 성공하고, 1937년 혁명의 미명 아래 10,000명이 넘는 스님들을 사형시키고 수도인 울란바토르의 간단사(Gandantegcheling) 하나만을 남겨놓고 전국 사찰을 모두 폐쇄시키는 법난(法難)을 일으켰던 슬픈 과거사가 있다.
1990년대, 소련의 공산 정권이 무너지고 동구 위성국가들과 함께 몽골도 진정한 독립을 이룩하고 난 뒤, 이른바 ‘과거사 청산 및 진상 규명’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과거의 모든 잘못을 불교와 스님(라마승)들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1937년 법난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이제 몽골 전역에서 옛 사원과 승단을 복원하고 있다. 몽골인들에게도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여러 차례 초청해 법회를 열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몽골 불교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불교 국가인 몽골에서 불교의 미래가 그리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선교의 열정을 품고 세계 각국에서 이곳으로 몰려드는 기독교 선교사들이 넘쳐난다. 심지어 지난 해 5월 25일 AP 통신의 엘리자벳 알지엘(Elizabeth Alziel)기자는 <몽골, 한국과 같은 길을 가나?>라는 기사에서 ‘몽골의 기독교 선교 열풍’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8월 27일 AP 통신이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현재 달라이 라마가 몽골을 방문하여 중진급 스님들에게 직접 법문을 하고 계를 설하는 기간에 겹쳐 카나다 출신의 선교사 피터 용렌(Peter Yongren)이 대규모 부흥회를 열고 있다. 그런데 이 부흥회장에서 “할레루야!”를 연발하고 “예수님이 오늘 밤 그대에게 강림할 것입니다”며 외치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이라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에 “정치적 발언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철도 노선을 차단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압력에도 달라이 라마를 초청했던 몽골 불교계는 실망스럽겠지만 법문이 열리는 곳에는 주로 노년층만 참석하였다. 이렇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위 기사에서는 무엇보다도 ‘결혼한 승려의 존재 등 근본 계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과 ‘티베트어로 된 경전이 몽골어로 번역되지 않아서 젊은이들에게 다가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물론 몽골인들의 기본 심성에 미친 불교적 성향이 있기 때문에 기독교 선교사들의 극성스런 전도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260만 인구 중 기독교인은 아직 10,0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기독교에 경도되어가는 추세가 심상치 않은 것 또한 확실하다. 달라이 라마를 모셔서 법회를 열고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겨야 하는 몽골 불교계의 절박한 상황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어쨌든 중국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시아로의 진출과 대외 무역이 불가능하고, 실제로 지난 2002년 방문 때 중국에서 철도 연결을 끊었던 어려움을 겪었던 입장에서 중국의 압력을 물리치고 달라이 라마에게 비자를 발급한 몽골 정부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이 한 가지 일만으로도, 몽골 대통령이 ‘만해대상 포교대상’을 수상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2006-09-04 오전 10: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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