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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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없는 인터넷 세상/안명옥(시인)
‘도박공화국’이란 소음을 빨래해서 널고 돌아서는데 세상이란 마당에 뿌연 먼지들이 자욱하다. 애써 빨아놓은 마음을 더럽힐까 싶어 우선 이 뿌연 ‘먼지들’부터 가라앉히려고 마당에 찬물 뿌려놓고 기다려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온 마당 안이 대학교수가 제 아내의 알몸사진을 인터넷사이트에 올리고, 진짜 아내임을 증명키 위해 아이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올려놓았다는 ‘먼지’와 30대 주부가 아이를 유치원 보내고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 자신의 알몸 사진을 올려 우유 값도 벌고 유치원도 보내고 했다는 ‘먼지들’로 뿌옇다.
기막혀 질식할 것만 같다. 아무리 돈이 우선인 물질만능, 황금주의 세상이라지만 이것은 정상인으로 볼 수 없는 정신 이상자의 행동이 아닐까. 물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살기위해 필요한 재물과 종족번식을 위한 성적욕구 등을 해결하려고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월 50만 원도 안 되는 수입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지만 방법이 잘못되었다. 사람 살아가는 데 돈이 필요하나 돈이 없다면 불편할 뿐이다. 택시 탈 것을 버스타면 되는 것이다. 그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부끄러움을 모르고 파렴치한 짓을 서슴지 않는 것은 정신의 공황 상태요, 도덕의 불감증이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지만 경계를 가릴 줄은 알아야 하는 법이다. 음란한 사진에 열광하고 클릭하고 덧글을 달아주던 국민들 역시 관음증에 걸린 병자들이다. 정신건강의 수위가 위험하다. 인터넷이라는 바다에서 청소년들이 음란사이트에 접속하지 않더라도 먼지처럼 떠도는 음란물에 대책 없이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중독돼 가고 있다.
인터넷은 인간 삶을 엄청나게 변화시켰다. 편한 세상을 제공한 순기능의 이면에는 부도덕과 음란성과 각종 범죄와 자살 등 역기능을 함께 갖고 있다.
공기업체에서 여배우들의 알몸 화보들을 모바일에 띄워 정보이용료 수입에 혈안이 되어 있어도, 그로 인해 청소년들을 오염시키고 있어도 단속의 잣대는 허술하기만 하다.
형식적인 성인 인증시스템과 부모의 주민등록증을 도용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정부의 강력한 단속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음란 성인사이트를 두고 표현의 자유나 개인 사생활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세상이 미쳐가는 것 같다. 어른 없는 나라에서 막 자란 ‘어둠의 자식들’ 같다. 자동차 한 대를 내건 댄스 경연대회에서 여성들이 속옷까지 마구 벗어 던지며 춤을 추더라는 소식을 들었다. 더 섹시하고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이어야 많은 박수를 받으며 우승할 수 있다고 자신의 존엄성이나 정체성마저 과감하게 내버리는 세태다.
지금 우리 세상은 어른도 내몰고 아버지도 없다. 밥상머리 교육도 사라지고 오로지 입시지옥 속에 인성교육은 먼 얘기다. 학원만 다닌 아이들에게 욕망을 다스리는 수행 또한 없다.
빈부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상대적 빈곤 속에서 위화감마저 느끼거나 열심히 살아도 나아지지 않는 서민들에겐 절망뿐이다.
우리가 혹시 ‘무정부’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지 의심해 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어른이 어른으로 바로 서고 교육이 제 길을 가고 종교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근본’에 충실하고 근본을 잊지 않으려는 부단한 노력이 따라야 한다. 다시 태어나면 대한민국에 살지 않겠다는 대답이 70퍼센트가 나왔다는 어느 설문조사를 허투루 넘기지 말고 다시 돌아봐야 한다. 너무 때가 늦으면 기회도 없다. 도덕불감증에 면역주사라도 놓아야 동방예의지국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까.
2006-09-04 오전 10: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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