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몇몇 사찰들은 많은 손님들로 인해 분주한 날들을 보냈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경내가 스님들의 수행 생활에는 좀 더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절집이야말로 부처님이 바라시는 모습일 것이다.
템플스테이가 점점 많은 도시민들의 휴가 방법이 되어가면서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절집을 찾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해짐을 감출 수 없다.
사람들이 부처님을 만나고, 스님들을 만나고, 그래서 불법을 만날 수 있는 큰 복을 얻는 기회가 아무래도 절집에서 보다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템플스테이라는 형태를 통해 절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교를 알기 위해서, 주변의 풍광이 아름다워서, 또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휴식을 하기 위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찾는다.
그러면 과연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집으로 돌아갔을까. 매년 템플스테이를 통해 절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다들 만족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면 되는 것일까.
사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을 수 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보고 있는 템플스테이 붐은 서양에서 시작된 템플스테이 열풍이 우리나라 도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시켜 발생한 잠시 동안의 유행이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비록 절집에서의 경험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할지라도 당분간 사람들의 호기심으로 말미암아 템플스테이 바람은 지속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족하지 못했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가.
경영학의 마케팅 이론에는 소비자의 행동을 바꾸려고 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소비자들의 행동양식은 오랫동안 길들여져 온 습성이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으므로 그것을 바꾸는 데 중점을 두고 마케팅을 하면 사업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대로 소비자들의 현재 습성에 맞추어서 마케팅을 할 때 성공의 확률은 높아진다.
절집에 가면, 특히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오래된 절에 가면 아파트 생활을 하는 현대의 도시민들이 겪어야 하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잠자리, 욕실부터 시작해서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불편함을 강요받는다. 한번, 두번은 신선하게 느끼지만 그 이상은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되어 버리기 쉽다. 또한 만나게 되는 불교의 내용은 얼마나 그들의 마음을 열게 할 것인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잠시 절집에 머무는 그들 대부분은 한 달에 한 번도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으며, 한 달에 한 시간도 삶의 심오함을 생각해볼 여유를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고 이곳으로 오라는 방식으로 얼마나 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진실로 절을 찾는 중생들에게 부처님 법을 만나는 큰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는 눈높이를 중생의 키에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은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으며, 한문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한문 경전을 읽을 수도 없으며, 이 나라의 교육정책 덕에 철학도 제대로 공부해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불교에 팔만사천의 수많은 법문이 있는 것은 눈높이 교육을 하고자 하는 부처님의 의도 때문이다. 찾아오라고 하지 않고, 중생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찾아가셨기 때문이다. 템플스테이가 한 때의 유행이 되지 않고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 법을 만나는 인연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를 기원한다.
눈높이 서비스가 절에서 이루어질 때 그리 어렵지만은 않은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