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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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권하는 세상/권경희(불교상담개발원 사무총장)
10년 전쯤 미국에 갔을 때 교포신문에서 ‘레이크 타호로 가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레이크 타호는 미국 북서부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로 그 주변에 라스베가스 버금가는 규모의 카지노 도시가 형성돼 있다. 그러므로 레이크 타호로 간다는 것은 도박을 하러 간다는 말이다.
이 칼럼에서는 우리 교포들의 도박 중독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민 가서 청소업, 세탁업 등 이른바 3D 업종에 종사하면서 힘들게 모은 재산을 카지노에서 탕진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데 대한 우려의 글이었다.
남의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로 알았던 현상이 요즘 우리나라에서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몇 시간씩 운전해서 일부러 ‘레이크 타호’를 찾아갈 필요도 없다.
우리 동네에, 바로 이웃에 이른바 성인 오락실이라는 도박장이 삽시간에 쫙 깔렸으니까. 요즘 불어난 추세를 보면 다방만큼, 미장원만큼 많아졌다. 정부 관계자와 경제 브로커 등의 ‘합작품’에 서민들이 현혹당한 결과다.
무엇이 이렇게 사람들을 환심장(換心腸)하게 만들까? 그 첫 번째가 한탕주의다. 노력 않고 큰 돈 만지겠다는 불순한 심리가 있는 사람은 언제든 ‘정상적인 상태에서 벗어나게 마음이 바뀌어 아주 달라지는 상태’ 즉 환심장, 줄여서 환장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유인 요인은 도박 기계의 구성 원리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어떤 행동을 강화시키기 위해 ‘보상’을 활용한다.
보상에는 ①고정 간격, 고정 금액 ②고정 간격, 변동 금액 ③변동 간격, 고정 금액 ④변동 간격, 변동 금액으로 하는 방법 등 네 가지가 있다. 단, 이때 보상 방법만 다를 뿐 어느 일정 기간 동안의 총액은 같은 것을 전제로 한다.
이 가운데 가장 보상 효과가 높은 것이 ④번, 즉 변동 비율을 적용했을 때다. 슬럿 머신이 바로 이런 원리를 따르고 있다. 어느 일정한 간격으로 이른바 대박이 터진다면 사람들은 대박이 터질 거라고 예상되는 때 외에는 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다.
간격은 다르더라도 매번 같은 금액이 나온다면 또한 곧 심드렁해질 것이다. 언제 잭팟이 터질지, 터져도 얼마만큼 나올지 모르는 바로 이것이 바로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것이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렇게 도박이란 사람 마음을 휘어잡게끔 되어 있다. 그러므로 웬만한 사람이라면 단순한 오락에서 도박으로 넘어가는 유혹에서 초연해지기 힘들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정부에서 그동안 도박장 개설과 운영 등에 많은 규제를 가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여러 규제를 완화시켰고 그 결과 전국이 ‘바닷물’에 빠져버렸다. 이것이 힘들게 사는 서민들의 오락을 위한 조치라면 고맙게 받아들이겠다. 가끔은 요행도 바라는 것이 인간 심리니까. 그리고 앞서 말한 보상이 충족되면 사는 재미 또한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누구는 횟집 이름인줄 알았다는 ‘바다이야기’가 온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지만 대통령은 심각한 정책의 실수였을 뿐 비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몇몇 상부 권력 측근의 주머니를 불리기 위해서, 또는 서민들의 약한 심리를 파고들어 한 쾌 크게 챙기기 위한 행위였다는 게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승률 조작 등으로 변동 비율 보상의 가장 큰 전제인 총금액의 일정성 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 그리고 사행성 조장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마련했다는 상품권 제도로는 엉뚱하게 자격미달의 상품권 회사들만 배불리고 있다.
뻔히 속는 줄 알면서 속는 도박에 빠진 서민들이나, 위해주는 척하면서 등을 치는 정부나 둘 다 환심장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2006-08-26 오전 10: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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