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가면 전각이 참으로 많습니다. 극락전, 지장전, 대웅전, 약사전 등 어떤 부처님과 보살님을 모시느냐에 따라 전각의 이름이 결정됩니다. ‘이 생에서 나쁜 짓을 하면, 죽어서 명부전에 불려서 벌을 받는다’라는 말을 들어본적이 있지요?
명부전은 저승의 명부를 상징하는 불전입니다. 심판관인 시왕(十王)을 모시고 있다해 시왕전이라고도 하죠. 혹은 지장보살을 주불로 모시고 있어 지장전이라고도 부릅니다. 시왕상 앞에는 시봉을 드는 동자상 10구를 세웁니다. 또 판관 2구, 장군 2구 등 모두 29구의 존상(尊像)을 갖추지요. 이렇게 되면 상당히 폭이 길어집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ㄷ’자 모양으로 꺾여 들어갑니다.
명부전은 이처럼 망자의 심판관인 시왕과 망자를 자비로 인도하는 지장보살을 모신 전각인 것이죠. 그래서일까요? 매일 대인관계에서 지지고 볶으면서 일상을 허겁지겁 사는 재가불자들에게는 경책을 주는 청량한 죽비와 같은 존재로 다가옵니다.
김철우 기자 in-ga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