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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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국 스리랑카, 승려부족 ‘비상’/자유기고가
우리가 알고 있기로 스리랑카는 국민의 절대 다수가 불교도인 불교국가이다. 잘 알다시피, ‘불교국가’는 전 국민 중에서 차지하는 불교도의 비율이 높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께 예배를 드리고, 불법을 공부하며, 신도들에게서 보시를 받고 그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달하는 승가(僧伽)가 없으면 ‘불교국가’가 성립할 수 없다.
그런데 이제까지 ‘불교국가’로 부르는 데 손색이 없었던 스리랑카에 비상이 걸렸다. 수백 년 동안 영국 식민 통치를 받으면서도 ‘불교’를 버리지 않았던 스리랑카 국민들이 세계화 물결 속에 밀려들어오는 서구 자본과 기독교 세력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우리를 안타깝게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승려 부족으로 스리랑카 불교계가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진다.
〈부디스트 채널(The Buddhist Channel)>이 8월 11일 인용한 〈싱하리 뉴스(Sinhale News)〉에 따르면, “승려 부족 때문에 이미 350여 사찰이 문을 닫았으며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스리랑카 불교 교단의 미래까지 불확실하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불기 2550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안에 2,550명에게 계를 주는 캠페인도 웨삭데이(Vesak Day)에 시작되었다.
독실한 불교 국가인 스리랑카에서 이처럼 승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지난 수십 년 동안 전통적인 대가족 체제가 무너지고 가족 규모가 작아지면서 많은 가정에서 출가시킬 아들이 부족하게 되었다. 둘째, 승단에 들어와서 재가 신도의 도움을 받아 고등 교육을 마친 스님들 중 상당수가 승복을 반납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공부를 마친 스님들이 좀 더 편안한 도시 생활을 선호하게 되면서 시골에 위치한 사찰을 떠나고 승직을 포기하게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에 위치한 사찰들은 하루하루를 간신히 연명하는 신도들이 스님들을 봉양하기 힘든 상황이라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지난 2001년에도 당시 수상이 어린이 2,000명을 모집해 승단에 들어가게 하려던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미 알고 있는 성인을 모집해야지, 어린아이들을 출가시키면 안 된다”는 반론도 나왔고, 이런 비판에 대해 다시 “스리랑카에서 불교를 몰아내려는 음모일 뿐이다”는 강력한 반응이 나오기도 하였다.
어쨌든 이제는 이곳에도 변화의 물결이 밀어닥쳐, 스님들도 전통 방식을 버리게 된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스리랑카 불교계에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여러 이유를 들어 불허하였던 ‘여성 출가’를 인정하여 비구니 승가를 복원하면 이 문제를 풀 수도 있을 것이다.
‘출산율 저하’와 ‘핵가족화’ 경향, 그리고 불교 교육의 세속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공통으로 겪게 될 것이다. 승려 부족 때문에 곳곳에서 사찰이 폐쇄되는 일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앞으로 스리랑카보다 더 심각한 ‘승려 부족’ 사태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불교계에서도 이런 사태에 대한 대비책의 일환으로도 어린이·청소년 포교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비구스님에 비해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는 비구니스님들의 입지와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50년이 채 되지 않아 스님들이 한 분도 없는 텅 빈 사찰이 늘어나 ‘추억 속의 건물’이 될지도 모른다. 승려 부족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한 스리랑카 불교계 소식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2006-08-21 오전 10: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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