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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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중심’의 위험한 미래/고진호(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최근 한국청소년개발연구원이 한ㆍ중ㆍ일 3국의 중ㆍ고교 2학년과 대학생 29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일본청소년들이 ‘전쟁이 나면 싸우겠다’는 응답률은 41.1%인데 반해 한국은 10.2%로 가장 낮았다. 더구나 ‘외국으로 출국하겠다’는 대답은 한국이 10.4%로 일본 2.3%와 중국 1.7%보다 월등히 높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가도록 되어 있다. 더불어 사는 삶을 통해 나의 존재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더불어 사는 삶은 인간이 지향해야 할 형식적 규범이나 제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더불어 사는 삶은 인간의 존립기반이며, 정치와 이념, 세대와 문화를 초월해서 존재하는 근본적 삶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는 삶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성에 대한 자각에 기초하고 있다. 관계성에 대한 자각을 통하여 다른 사람의 존재는 나와 필연적 연관이 있으며, 그러한 다른 사람의 존재가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근거가 인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은 누구나 관계를 통해 살아가고 있고, 관계를 통해서 인격체로 성장해 갈 수 있다. 공동체내에서 인간에게 주어지는 역할의 의미도 실제로는 관계성의 다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한 개인이 자녀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부모가 되기도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관계성속에서 발생하며, 자식 없는 부모, 학생 없는 교사, 노동자 없는 고용주를 생각할 수 없는 것도 바로 관계성의 이치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의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일부 청소년들의 자기중심적 태도나 이기주의적 가치관도 따지고 보면,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다른 사람과의 관계성에 대한 자각의 부족에서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먼저 청소년들의 태도나 가치관을 문제 삼기 이전에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삶의 행태를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현대사회는 과거 다른 사람의 협동과 역할 분담이 없이는 불가능했던 노동과 레저 등과 같은 모든 일상사들이 이제는 얼마든지 나 홀로서도 가능하다는 오도된 의식을 심어주었다. 또한 물질만능주의적 사고는 더불어 사는 삶의 체험을 통해서만 나눌 수 있는 모든 인간적 가치를 물질로 환원, 대체, 구입이 가능하다는 그릇된 가치관을 잉태케 했다.
가정에서조차 생활의 모든 우선순위가 자녀인 청소년들 중심으로 맞추어져 있고, 학교에서 또한 청소년들에게 협동 보다는 경쟁을, 내실보다는 성적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의 삶의 현실이다. 다른 사람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삶의 현실 속에서,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의 중요성과 더불어 사는 삶이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실로 공허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교육의 실천은 이제 단순히 학교교육의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 요청이 되어가고 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교육은 너로 인해 내가 잘 되고, 나로 인해 너도 삶의 보람과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인생의 ‘윈 윈 게임(WIN-WIN GAME)’을 위한 삶의 전략이자 지혜를 배우는 장이다.
우리는 더불어 사는 삶이 흔히 개인의 존재성 보다는 사회 혹은 공동체만이 강조되는 삶의 형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더불어 사는 삶은 개인의 존재성이 함몰되는 아니라, 개개인간의 관계성이 강조되는 삶을 지향하는 삶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관계성에 대한 자각이 선행된다면,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 또한 증진될 것으로 생각된다. 나아가서 관계성에 대한 자각은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2006-08-21 오전 10: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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