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경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한약방의 감초처럼 쓰는 말이 시장(市場)이라는 말이다. 비록 경제전문가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경제에 대해 무엇인가 자신의 논리를 주장할 때는 예외 없이 시장의 논리에 따라야 한다는 말에 근거를 둔다.
아무리 경제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이다가도 일단 시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토론장은 대개 정리가 된다. 시장의 논리라는 말을 먼저 쓰는 쪽이 토론의 주도권을 잡게 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시장이란 무엇인가? 시장의 논리란 도대체 어떤 것을 의미하기에 모든 경제 문제의 만병통치약으로 추앙받는 것인가?
경제학 공부를 하게 되면 꼭 듣게 되는 이름이 있다. 아담 스미스란 영국 사람이다.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시장이다. 이 시장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여 경제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득(得)을 많이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가장 비싸게 팔기 위하여 노력하고, 사려는 사람은 가장 싸게 사기 위하여 노력하는 이기적인 과정에서 이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여서 경제를 가장 좋은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다.
시장의 논리란 자신이 팔려고 하는 것은 가장 비싼 값에 팔려고 하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은 가장 싸게 사려고 하는 이기적인 행동의 논리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더 비싸게 팔고, 더 싸게 사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한다. 이 경쟁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시장이다.
팔려는 것을 비싸게 팔고, 사려는 것을 싸게 사고 싶어 하는 마음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윤리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다. 시장의 논리 자체에는 어떤 문제도 없다.
문제는 경쟁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아무렇게나 경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가 시장을 찬양하고, 경쟁의 미덕을 강조한 것도 실은 사람들이 경쟁을 하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도덕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의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도덕과 윤리를 던져 버린 이전투구(泥田鬪狗)와 다를 바가 없다. 자본주의의 핵심이 시장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공격하고 싶을 때 이 시장을 주된 목표로 한다. 그러나 정말 미워해야 하는 것은 시장 질서를 곡해시키는 올바르지 못한 경쟁이다. 최소한의 도덕이 상실된 시장은 제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자본주의가 더 많은 칭송을 받고, 시장이 신뢰를 확보하려면 경쟁의 과정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경쟁이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는 ‘보이지 않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부처님께서도 경제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이 보이지 않는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면서 다음과 같이 설하셨다.
“어떤 것을 바른 생활(正命)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무리하게 구하지 않고 분수를 알아 만족할 줄 알며 남을 속이는 삿된 직업으로 생활하지 않고, 다만 법(法)답게 재물을 구하되 법답지 않은 것은 따르지 않는 것을 바른 생활이라 한다.”
부처님은 경제생활을 올바르게 하는 원리로 법답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계신 것이다. 이를 자본주의 시장에 대입하면 올바른 경쟁을 통한 이익 추구이다.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이 여법(如法)하게 이루어지게 할 ‘보이지 않는 마음’이 없는 한 경제전문가들이 신봉하는 시장주의는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가져오기는커녕 뺏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