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가 최근 246개 광역기초단체장들에게 종교중립을 촉구하는 서신을 보냈다고 한다.
위원회는 서신에서 “사회 공직자의 종교 편향은 부하직원의 종교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속한 조직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유발한다. 또한 종교간 화합과 평화를 한순간 물거품으로 만든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직자의 종교편향이 왜 문제되는지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적시한 매우 적절한 지적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는 반면 정교분리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즉 공직자는 공적인 자리나 공적인 행정집행에 있어 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직자의 자질은 사익보다는 공익을 우선하는 멸사봉공의 정신, 즉 사적으로는 거마까지 허용하나 공적으로는 침 하나도 용납지 않는 ‘사통거마 공불용침(私通車馬 公不用針)’의 정신이 얼마나 투철한가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종교에 대한 중립적 입장도 공익과 사익을 잘 분간하는 일종의 공직윤리에 다름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일부 지자체 단체장들이 보여준 종교편향의 작태는 개인적 신뢰와 그 사람의 종교에 대한 호감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국민들에게까지 심각한 우려를 안겨 주었다. 앞으로는 이러한 공직자들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번에 위원회가 21일까지 회신해 줄 것과 실명공개를 언급한 만큼 과연 246개 지자체 단체장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우리 불교계가 이러한 자질부족의 공직자들에 대한 대응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종교편향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사람들을 불교행사자리에 버젓이 앉히는 따위의 우리 교단의 지나친 자비(?)의 행태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진정 참회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단지 정치적 이유로 잠시 불교계를 회유하고 있을 뿐이라면 단호하고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그것은 종교편향발언에 이어 불교계를 또 한번 농락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교단인사들의 각성과 단합을 아울러 촉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