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3 (음)
> 종합 > 기사보기
<78>맑고 서늘한 열반으로 피서가기/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숨 막히는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찜통더위 속에서는 아무런 의욕도 나지 않습니다. 뭔가 계획을 세워 의욕적으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짜증만 날 뿐입니다.
더위는 또 그렇다 쳐도 소음과 매연으로 뒤덮인 도심에서는 맑은 대기, 청명한 하늘을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더위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종일 물속에서 첨벙거리거나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일 것입니다. 이 무덥고 습하고 숨이 턱턱 막히는 곳을 떠나 맑고 서늘하고 청량한 바람이 부는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도망가고픈 심정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뒤덮여 고함치고 미워하고 시기하느라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이 열뇌에 지글지글 끓고 있다면 이와는 정반대인 세상이 있습니다. 대기는 맑고 깨끗하며 청량한 바람이 불어와 그 누구를 만나도 즐겁고 행복한 세상, 바로 열반의 경지입니다. 모처럼 찾아온 여름휴가에 가장 어울리는 피서지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멋진 피서지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런 곳이 있는지조차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경전에서는 열반이라는 피서지에 가는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혼탁하기 그지없는 세상에서 나쁜 짓을 저지르며 악에 물든 채 그냥저냥 묻어가는 사람들에서부터 맑고 청량한 열반의 저 언덕에 도달하여 정착한 사람까지 해서 모두 일곱 종류의 사람을 비유로 들면서 말입니다.
첫 번째는 항상 물속에 누워 있는 사람입니다. 마음과 행동이 더러움에 물들어 매일매일 열 가지 나쁜 업을 짓고 그에 따른 괴로운 과보를 받으며, 나고 죽는 윤회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입니다.
두 번째는 물에서 나왔다가 다시 빠지는 사람입니다. 불자라면 언제나 잊지 말고 실천해야 할 다섯 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그것은 믿음, 계율 지키기, 남에게 베풀기, 법문 많이 듣기, 지혜롭기입니다. 그런데 이 다섯 가지 사항을 닦고 익히기는 했지만 견고하게 익히지 못하여 잃어버리는 사람이 바로 두 번째에 해당합니다.
세 번째는 물에서 나와 머무는 사람입니다. 앞의 다섯 가지 실천법을 잘 닦고 익혀서 수행의 기본이 견고하게 잡힌 사람입니다.
네 번째는 물에서 나와 머물고 머문 뒤에는 살펴보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다섯 가지 실천법을 완전히 몸에 익힌 뒤에는 그에 멈추지 않고 다시 현실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그리하여 괴로움, 괴로움의 집기, 괴로움의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정확하게 압니다. 그리하면 덧없는 자기에 대한 집착과 계율에 얽매이는 일과 의심이라는 세 가지 번뇌를 끊고 성자의 첫 번째 지위에 올라 괴로움을 없애게 됩니다.
다섯 번째는 물에서 나와 머물고 머문 뒤에는 살펴보고 살펴본 뒤에는 건너가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네 번째 사람의 경지를 모두 밟은 뒤에 한 걸음 더 나아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엷어진 단계로서 성자의 두 번째 지위에 해당합니다.
여섯 번째는 물에서 나온 뒤에는 머물고 머문 뒤에는 살펴보고 살펴본 뒤에는 건너가고 건너간 뒤에는 저쪽 언덕에 이르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다섯 가지 실천 사항을 모두 닦아 익힌 뒤에 사성제에 대해서 분명하게 알며 이로써 욕심과 성냄과 자기는 영원하다는 그릇된 견해와 계율이나 금지조항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일과 의심이라는 다섯 가지 번뇌를 끊습니다. 성자의 세 번째 지위에 해당합니다.
일곱 번째는 물에서 나온 뒤에는 머물고 머문 뒤에는 살펴보고 살펴본 뒤에는 건너가고 건너간 뒤에는 저쪽 언덕에 이르며 이른 뒤에는 언덕에 머무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다섯 가지 실천 사항을 모두 닦아 익힌 뒤에 사성제에 대해서 분명하게 알며 이와 같이 알고 보았으므로 모든 번뇌에서 그 마음이 완전히 해탈하였습니다. 또한 자기가 해탈한 줄을 알고는 영원히 윤회에서 떠난 사람으로 성자의 네 번째 지위에 해당합니다. (중아함 수유경)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여름휴가철. 하지만 매번 바가지 상혼이나 교통 체증, 혼잡한 인파에 시달리느라 정말 몸과 마음을 개운하게 쉬고 오기가 힘듭니다.
혹시 내년 휴가철에는 열반이라는 피서지로 떠나보실 계획 한번 세워보시겠습니까? 지금부터 믿음과 계율 지키기, 남에게 베풀기, 법문 많이 듣기, 지혜롭기의 다섯 가지 사항을 차분하게 실천해 가신다면 아마 내년 여름에는 가장 완벽한 피서지에서 행복해하실 것입니다.
2006-08-12 오전 11:10:23
 
 
   
   
2024. 5.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