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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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도 못지키는 사람들/최순열(동국대 국어교육과 교수)
일찍이 나라와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변고를 당하면 왕이나 목민관은 하늘 아래 엎드려 고두사죄의 예를 다해 천심과 민심을 달랬다.
올해도 장마철과 태풍 내습이 맞물려 전국토가 소위 ‘물폭탄’을 맞아 인명피해가 심대하고 재산상의 손실이 초래되어, 수만명의 이재민은 살 의욕마저 놓아버릴 지경으로 기진맥진하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복구 지원의 손길을 애타게 고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여기저기 지원과 격려의 미담이 전개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도저히 양식 있는 인간의 행위로는 이해될 수 없는 망발의 소행들이 있다니, 참으로 같은 하늘 아래 더불어 숨 쉬고 살아가기가 민망한 생각이 든다. 국민들이 국정을 대신해서 잘 처리해달라고 맡긴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이 무리로 짝을 지어 극심한 수해지구 근방의 골프장에서 ‘굿 샷’을 외치며 골프놀이를 했다는 사실은 차마 믿기지 아니하는 수준이다.
딱히 이 한 건만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어느 지자체의 장이라는 목민관은 그 판에 음주가무의 유흥행각을 했는가 하면, 외유의 길을 나선 경우도 있다니 아연실색할 뿐이다.
결코 이 건으로 해서 어느 특정 정당에 대해 공격하고자 하는 정파적 의도는 없다. 다만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작금에 걸쳐 끊임없이 벌어져 왔다는 데 속이 뒤집어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의 인사들이 그 동안 보여 온 칠면조 꽁무니 같은 역겨운 위선과 부정한 비행이 이제나저제나 사라지기를 기원하는 순박한 백성들이 안타까워서 열불이 나는 것이다.
이미 전직 국무총리가 3·1절 골프로 낙마를 하고, 출입기자와의 회식자리에서의 성추행 사건의 시비에 휘말려 있는 선량, 일개 법조 브로커의 수뢰명단에 줄줄이 엮인 전현직 법조인 간부, 지방 토호세력 조폭들과 동석하여 호형호제한 지법 판사들, 마침 교육부총리가 되겠다는 인사가 논문의 이중 제출이니 제자 논문의 임의 재탕 시비에 말려들고 있는 일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는 그럴싸한 외래어를 써가면서 한바탕 질타하고 싶은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다. 손쉬운 말로 소귀에 경 읽기가 아닌가. 아니, 이런 비유는 소가 들으면 화를 낼 일이다. 돈이든 권력이든 사회적 존경이든 아쉬운 것 없이 많은 대중들의 부러움과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지도층들이 당연히 행하고 지켜야 할 영광된 사회적 책무를 왜 소홀히 하는지, 그리하여 마침내 스스로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어리석음에서 왜 벗어나지 못하는 건지, 그 위치에 도달해보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왜 앞장 서 본을 보이며 선도해 나가야 할 인사들이 먼저 탐욕과 부질없는 세속의 영욕과 재화에 눈이 멀어 자기본분을 내팽개치고 결국 대중의 지탄을 온몸에 받는 우를 범하고 말까.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청렴의 미덕을 기대하기보다 더 이상 추악한 위선의 실체를 스스로 드러내는 무지와 파렴치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백성들이 참으로 안쓰럽다.
살아가는 것의 아름다움은 자기 분수에 맞게 몸과 마음의 안락과 화평을 유지하며 이 세상천지의 만물과 더불어 생명을 공유하는 일이 아닐까. 자기가 누릴 수 있는 복록을 넘어서면서까지 무리하게 추구하여 남의 삶을 위축시키고 피폐하게 하는 탐욕의 삶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크나큰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당연히 솔선수범하여 이 사회의 선도와 모범으로 서야할 위인들이 후안무치하게 목불인견의 비행과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을 되풀이 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인간다움의 품위와 자존을 지키는 일이 지난한 것임을 알겠다. 우리 모두 새삼 세속오계의 준엄한 가르침을 자기 경책의 죽비소리로 삼아 가슴을 씻어내자.
2006-07-31 오전 10: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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