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3.26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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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필요악?/구병진(경영학 박사)
무기상들이 제철을 만났다. 석유가격이 폭등하면서 중동의 산유국들이 엄청난 오일 달러로 국제 시장의 큰 손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갈등은 그나마 잠잠하던 중동의 화약고에 불을 질렀다. 첨단 무기를 앞세운 이스라엘군의 막강한 화력 앞에 레바논은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있다. 유가가 폭등해서 중동 산유국들의 주머니에 돈이 쌓여 있을 때면 어김없이 중동에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 발생했고, 자국의 안보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중동국가들은 금고를 열어 무기를 사 모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마다 무기상들은 이들 중동국가들에게 무기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기곤 했다.
그래서 오일가격의 진정한 수혜자는 무기상과 군수업자들이라는 말도 있다.
이번에도 자국의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오일달러가 두둑해진 중동국가들은 첨단무기를 도입하기 위해 많은 돈을 쓰게 될 것이 자명하다. 군사력에서 밀려 철저하게 이스라엘에게 유린당하고 있는 레바논을 보면서 중동의 산유국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될 것인지는 불문가지다.
군수산업은 전쟁을 먹이로 해서 유지되고 성장하는 산업이다. 국가 간 갈등과 충돌이 없다면 군수산업은 존재할 수 없고 무기를 제조해서 살아가는 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군수산업이 경제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서방선진국의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가 간 군사적 충돌의 배후에는 서방 선진국의 무기상들이 은밀히 개입되어 있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강대국에게 있어서 군수산업은 자신들의 힘을 생산하는 원천임과 동시에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이다.
우리나라도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군수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최근에는 초음속 전투기를 수출할 정도로 우리 군수산업이 발전했다고 한다. 군사력이 약해서 우리 민족이 당한 시련은 한 두 번이 아니다. 멀리는 임진왜란, 병자호란으로부터 가까이는 일제침략에 이르기까지 군사력의 열세로 말미암아 우리는 참으로 불행한 역사를 가져야만 했다.
군사력이 약해서 불행했던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세계 모든 국가와 민족의 역사가 그랬다. 힘이 약하면 수난을 겪어야만 했던 것이 인간의 역사였고 상황은 지금이라고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힘이 약한 국가와 민족에게 군사력을 확보하게 해주는 군수산업은 필요악인가?
불교의 가르침에 오계가 있다. 그 중에서도 불살생계는 불교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다. 불살생계의 가르침에 따르면 군수산업은 있어서는 안 되는 산업이다.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하는 군수산업이야말로 우리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국가 간의 충돌이 군수산업을 지탱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무기에 대한 수요와 군수산업에 대한 한 국가의 욕심은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 한 국가만 군비를 축소하려고 노력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군비축소는 여러 국가의 적극적인 노력이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자국민의 생명을 노리는 위협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무기와 군수산업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길이 어렵고 험하다고 해도 군비경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결코 중지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도 핵확산 금지 조약 등 군비경쟁을 축소시키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적 협력을 몇몇 강대국들이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자국의 경제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통상전략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진심으로 세계 평화와 인간의 존엄성 유지를 위한다면 힘을 가지고 있는 강대국들이 먼저 양보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지금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군사적 대결의 배경에 강대국들이 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2006-07-31 오전 10: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