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하면 생각나는 것은 아무래도 냉면이나 팥빙수 등 시원한 음식이겠지요? 하지만 비 오는 여름날에는 수제비나 부침개 같은 따끈한 음식이 생각나게 마련입니다.
여름이면 태풍이 두 세 차례 꼭 지나가게 마련이지요. 태풍이 물러가고 장맛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사찰에서 비 내리는 모습을 보던 것이 생각납니다.
요사채 대청마루에 앉아 계시던 노스님은 “여름엔 비가 와서 나빠. 비란 것이 와야 될 때는 안 오고 꼭 추석 다가오기 일주일 전에 태풍과 함께 찾아와 피해를 준단 말이야”하며 걱정하시곤 했습니다. 농민들이 힘들게 농사지은 쌀이며 과일은 망쳐 놓거나 명절 앞두고 이재민이 생기는 것이 걱정되셨나 봅니다.
노스님은 예불을 올릴 때 마다 나라의 안정을 먼저 기원하시는 발원을 하는 것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어느 순간 제 귀가 열리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열심히 기도하시고 전 그 뒤에서 절을 올립니다. 이것이 어릴 적 제 나름의 기도방법이었지요.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법당에 가만히 앉아서 부처님만 바라보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무척 편안해집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멍하니 옛 추억에 빠져 있다 보니 어느덧 점심 공양시간이 되어갑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따끈한 수제비로 점심 공양을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만드는 법
<메밀수제비> 재료: 메밀가루 1컵, 우리밀가루 1컵, 애호박 1/2개, 양파 1/2개, 청고추 2개, 홍고추 1개, 새송이버섯 3개, 국물(채수 6컵, 국간장 2큰술, 죽염 약간, 표고버섯가루 약간)
①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고루 섞어 수제비 반죽을 한 후 비닐에 넣어 숙성시킨다. ② 애호박은 반달모양으로, 새송이버섯은 한 입 크기로 잘라준다. ③ 양파는 채 썰고, 청ㆍ홍고추는 어슷 썰어 씨를 제거한다. ④ 채수가 끓으면 수제비 반죽을 떼어 넣고 반죽이 떠오를 때 야채를 넣고 끓인다. ⑤ 죽염으로 간을 한 후 한소끔 더 끓여 그릇에 먹기 좋게 담아낸다.
<메밀묵 무침> 재료: 메밀묵 1모, 김치 1줌, 오이 1/2개 양념장(고추장 1작은술, 다진 대파 약간, 참기름 약간, 설탕 약간, 죽염 약간, 통깨 약간)
① 메밀묵은 채 썰어 죽염으로 살짝 간을 한다. ② 김치는 송송 썰어 양념장에 버무린다. ③ 오이는 채 썰어 준비한다. ④ 접시에 메밀묵을 먼저 담고 양념 김치를 올려준 후 오이채를 고명으로 올려 완성한다.
▶다음 주에는 애호박 냉국과 무 지지미를 만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