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역을 휩쓴 태풍 애니위아가 남긴 상처가 너무도 크다. 화마로 온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낙산사는 산불로 사라진 숲 탓에 이번 폭우로 축대까지 무너져 내린 모습은 더욱 가슴을 쓰리게 한다. 올해 첫 태풍에 전남 곡성 도림사, 해인사 산내 암자, 부산 범어사, 통영 용화사, 남해 화방동산, 울산 보덕암 등 수많은 사찰들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장마와 또 닥쳐올 태풍을 생각하면 긴장을 늦추기엔 이르다.
주로 산중에 전통사찰이 많은 불교계는 산불이나 폭우등 천재지변에 대비한 체계적인 방제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그러나 매년 여름 물난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여전히 무대책인 채로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소 잃고도 외양간 안고치기’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어 내야 할 것 같다.
불교계 대표종단인 조계종의 대응을 보면 참 답답하기 그지없다. 매년 반복되는 재난이지만 아직도 재난에 대비하는 부서나 시스템 가동이 잘 안되고 있는 듯하다.
정부도 무대책이기는 마찬가지다. 소방방재청은 전국의 수해 피해를 집계할 때 소나 돼지 창고 등 사소한 것까지도 파악하지만, 민족의 정신이 담긴 문화재 피해는 항목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대책이 없기는 문화재청도 매한가지다.
무엇보다도 서둘러야 할 것은 사전의 방재시스템 구축이다. ‘소 잃고도 외양간 안고치기’의 수준에서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기’로 두 단계의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수재와 화재 등으로부터 소중한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사전점검 시스템을 하루 빨리 완비해야 한다.
매년 수해피해의 심각성을 말로만 떠들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인력과 예산이 배정돼야한다. 재해가 일어나기 전에 총무원에서 전담 TF부서를 만들어 신속하게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소방방재청과 문화재청과 합동으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낙산사 화재와 이번 태풍의 피해를 거치고도 이러한 조치들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럴때마다 한탄만 하고 말것인가. 정말 소중히 해야 할 것들을 소홀히 하는 정부와 불교계가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