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을 앞두고 온 나라가 소란스럽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국가 간의 자유로운 무역은 해당 국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그런데 나라의 한 쪽에서는 이번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우리나라에 득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결사적으로 반대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반면, 정부는 궁극적으로 실보다 득이 많다며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생각을 조율하기 위해 열기로 한 공청회마저 반대론자들의 심각한 저항에 부딪쳐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비전문가인 대부분의 국민들은 몹시 답답할 수밖에 없다.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여 미국과 우리나라가 자유로운 무역을 하게 되면 어떤 일들이 발생할까.
우리나라는 이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상품을 더 많이 미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수출이 늘어나게 되는 기업과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들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우리 정부가 그 동안 보호해왔던 경쟁력이 없는 분야는 미국 기업의 우수한 상품에 밀려 도태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새로이 경쟁력을 창출하지 못하는 한, 경쟁력이 없는 분야에서 일하던 우리 국민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만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일부 우리 기업과 국민들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970년대 한국의 30대 기업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열 손가락으로도 충분히 셀 수 있다.
현대, 대우, 쌍용, 한보 등 굴지의 기업들이 그 동안 사라져갔고 주인이 바뀌었다. 딱히 원인을 꼬집을 수는 없지만, 모두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는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기업의 생존, 나아가 성장여부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또 창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것은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다. 변화하는 사회, 경제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 개인도 기업과 똑 같은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에는 짚신 만드는 기술이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중요한 경쟁력이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듯이 개인도 변화하는 사회, 문화, 경제적 환경에 맞추어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창조해내어야 한다. 지속적인 능력과 경쟁력의 창출만이 개인의 안정적인 삶을 약속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 삶의 방식에서 새롭게 변화를 시도해야만 하는 우리의 이웃에게 정부와 우리는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어야만 한다. 적어도 국가는 그러한 의무를 지닌다.
일체(一切)는 무상(無常)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한때 지구를 뒤덮었던 공룡들이 지구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듯이 개인도, 나아가서는 국가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변화, 무상은 진리다.
진리를 깨닫고 아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 내가 행복했던, 살아왔던 과거의 조건과 인연에 집착하는 것은 삼법인(三法印)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를 강요당하는 우리 이웃의 아픔을 우리는 이해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한미 무역협정의 체결로 어려움을 겪게 될 우리의 이웃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미자유무역협정으로 기대되는 경제적 이익은 이웃의 아픔을 대가로 얻는 것이라는 것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