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1년 내내 접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차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녹차. 저 역시 절에 가면 정갈한 차방에서 스님이 우려 주는 차를 많이 얻어 마시곤 합니다.
작고 예쁜 다기 속에서 은은하게 우러나는 녹차의 그윽한 향이 제 코를 자극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녹차의 향보다 그 맛의 새로운 세계에 빠져 있습니다. 녹차의 맛, 궁금하시죠?
바로 녹차나물입니다. 요즘은 요리 책이나 잡지에서 녹차로 만든 음식들이 봇물 터지듯 소개되고 있지만, 차 음식은 예로부터 절에서 즐겨 만들어 먹던 음식입니다.
스님들은 수행에 도움을 주고 몸을 정화하기 위해 하루에도 여러 번 차를 우려 마십니다. 차를 마시고 난 뒤에 남는 찻잎으로 음식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그 알뜰살뜰함에 또 한번 놀라게 됩니다.
제가 아는 절의 한 공양간 보살님은 남은 녹차 찌꺼기를 모아 나물로 무쳐 먹거나 밥을 할 때 올려 녹차 밥을 만들기도 하고 녹차기름을 만들어 다양한 요리에 응용하기도 합니다.
남들은 ‘음식찌꺼기’ 정도로만 여기던 찻잎을 꼭 짜서 들기름에 버무려 나물로 승화시킨 것은 요리를 하는 저에게도 큰 충격이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이제는 저 역시 우려 마시고 난 쑥차와 댓잎차, 녹차 등을 버리지 않고 음식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입안에서 머무는 차의 은은한 향이 몸을 가볍게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입맛 없는 여름철에는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는 녹찻잎으로 음식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차에 포함된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녹차의 버려진 잎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행복과 건강을 주는지를 생각하다 보니 사찰음식을 공부하는 제 자신이 조금씩 더 성숙해 지는 것 같습니다.
■만드는 법
<녹차나물> 재료: 마시고 난 녹차 잎 1컵, 들기름 1작은 술, 죽염 약간, 들깨 약간
① 마시고 난 녹차 잎은 물기를 꼭 짠다. ②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녹차 잎에 죽염을 약간만 넣어 조물조물 버무려 준다. ③ 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녹차 잎을 단시간에 볶아준다. ④ 들깨를 버무려 완성한다.
<칡 콩나물국> 재료: 콩나물 300g, 칡 50g, 표고버섯 2개, 조선간장, 채 썬 홍고추ㆍ청고추 약간, 죽염
① 칡은 깨끗하게 씻어 물 5컵을 붓고 국물을 내준다. ② 표고버섯은 물 5컵을 붓고 먼저 끓여 국물을 내준다. ③ 콩나물은 잘 다듬어서 준비한다. ④ 칡물과 표고버섯물을 1:1로 섞고 콩나물을 넣고 뚜껑을 닫아 끓여준다. ⑤ 콩나물이 거의 익으면 조선간장과 죽염으로 간을 맞춘다. ⑥ 먹기 전에 채 썬 홍고추와 청고추를 넣어 한번 끓여준다. 식성에 따라 고춧가루를 첨가한다.
▶다음 주에는 메밀 수제비와 메밀묵 무침을 만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