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야경>이라는 아주 유명한 경이 있습니다.
옥야는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었고, 부유하고 지체 높은 집안의 딸이었습니다. 그녀는 급고독장자의 집안으로 시집을 왔는데 자기가 한 남자의 아내요, 한 집안의 며느리로 입장이 바뀐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였나 봅니다.
그녀는 자기의 미모와 친정집의 배경을 믿고서 매우 교만하였고 시어른에게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예의도 무시하였습니다. 오죽하면 시아버지인 급고독장자가 부처님에게 와서 우리 며느리 사람 좀 만들어 달라는 청을 넣었겠습니까? 이런 사정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경이 바로 <옥야경>입니다.
부처님은 아름답지만 교만하기 짝이 없는 옥야에게 그 유명한 ‘일곱 종류의 아내’를 들려주십니다.
첫째는 어머니같은 아내입니다. 어머니가 자식 사랑하듯 남편을 아끼고 생각하며 밤낮으로 살펴주고 옆을 떠나지 않고, 정성을 다해 공양하며 때를 놓치지 않으며, 남편이 밖에서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업신여김을 당할까 노심초사하지만 그 마음이 지치고 피로할 줄 모르는 아내입니다.
둘째는 누이같은 아내입니다. 남편과는 한 나무에서 자라난 형제처럼 사이가 좋아서 오누이마냥 사랑하고 정성을 들이며 남편을 오빠처럼 좋아하고 소중하게 받드는 아내입니다.
셋째는 좋은 친구같은 아내입니다. 남편과 매우 사랑하고 서로 의지하고 그리워하여 조금이라도 떨어져 지내지 못하며, 사적이고 비밀스런 일을 항상 서로 이야기하며, 잘못하는 것이 있으면 충고하여 행실에 실수가 없게 하며, 착한 일로 서로 가르쳐 더욱 지혜로워지게 하며, 사이좋고 속 깊은 친구처럼 서로 사랑하면서 남편이 세상을 살아가게 해주는 아내입니다.
넷째는 며느리같은 아내입니다. 시부모님께 정성과 공경을 다하여 공양하고 겸손하고 순종하는 것처럼 남편을 그와 같이 어른 모시듯 받들어 섬기고, 집안일을 처리하고 단속할 때에는 누구보다 엄격하고 꼼꼼한 아내입니다. 그리고 아내의 예절을 세세히 닦아 조금이라도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으며 행동거지에 예의를 잃지 않고, 오직 집안의 화목을 귀하게 여기는 아내입니다.
다섯째는 하인같은 아내입니다. 남편을 비롯한 모든 집안 식구들에게 항상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생각을 품어서 감히 자만하지 않으며, 조심성 있게 일해 나가되 피하고 꺼리는 것이 없고 말이 부드럽고 성품이 온화하며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고 정숙하고 진실하고 언제나 자신을 예(禮)로 엄하게 단속하고 다스립니다. 그러다보니 남편의 극진한 사랑이나 홀대에도 금방 얼굴빛을 바꾸지 않습니다. 하인이 상전을 섬길 때에는 항상 자신을 낮추듯이 남편을 대할 때 자신을 낮추는 그런 아내입니다.
여섯째는 원수같은 아내입니다. 남편을 봐도 즐겁지 않고 항상 분노를 품으며, 밤낮으로 서로 떨어질 생각만 하니 부부간의 정이 없고 상대를 배우자로 여기지 않고 자기에게 빌붙어 사는 객처럼 여깁니다. 보기만 하면 싸우고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누워서 자식과 가사를 돌보지 않고, 혹 음탕한 짓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알지 못하는 그런 아내입니다.
일곱째는 목숨을 빼앗는 아내입니다. 원수같은 아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밤낮으로 어떻게 하면 헤어질까만 생각합니다. 바라보기만 하여도 분노가 치밀어 급기야 남몰래 죽이려고 온갖 방법을 가리지 않고 쓰는 아내입니다.
옥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자기의 미모와 친정집의 배경을 믿고 교만하였던지라 앞으로는 하인과 같은 아내로 살겠다고 다짐하는 것으로 이 경은 끝을 맺습니다.
그런데 이 경은 여자에게 굴욕적인 복종을 강조하는 경으로 여겨져서 정작 주인공인 여성 불자들에게는 외면을 당하였고 스님들이나 남성들에게 오히려 인기를 얻었습니다. 저 역시도 <옥야경>이라는 제목만 들어도 ‘흥…’하며 고개를 돌려버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까요.
이 경을 무리없이 받아들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게다가 여성들에게 매우 커다란 변화가 생겼습니다. 남성과 똑같이 교육을 받고 똑같이 직장을 다니며 똑같이 돈벌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업주부인 여성은 자식의 교육을 전담하고 있으며, 맞벌이를 하는 여성은 집안 생계를 남편과 똑같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시대에 하인같은 아내로 살겠다는 뉘우침을 담은 <옥야경>이라니요….
그런데 경의 전후사정을 따져가면서 읽어가자니 우리가 너무 자기 좋은 대로만 이 경을 해석하고 적용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