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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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2부 50강 스티브 잡스의 인생강의/한국학중앙연구원
“주린 창자로, 그리고 미련하게”

스티브 잡스가 작년 스탠포드대학에서 연설을 했다. 잡스가 누구냐고 할지 모르겠다. 매킨토시로 유명한 애플 컴퓨터의 창립자라면 이해가 빠르겠다. 그는 자기가 만든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애플의 침몰과 더불어 다시 롤백, 애플의 재전성기를 도모하고 있는 CEO이다. 그가 졸업식장에서 젊은이들을 위해 짧은, 자신의 표현대로 하면, ‘별 것 아닌(no big deal)’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나는 ‘점 잇기(connecting dots)’에 관한 자신의 통찰이다. 아니 이 말은 ‘이어지는 점들’이라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는 대학원생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었다. 생모는 교육받은 집안에서 자라기를 원했지만 뜻하지 않게, 고등학교도 못 마친 노동자 집안에 입양된다. 양부모는 생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를 대학에 보내지만, 리드 칼리지는 사립인데 등록금이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첫학기 등록금으로 부모가 평생 저축해온 돈을 들여야했다니, 짐작할 만하다. 잡스는 고민하다가 “학교가 그만한 가치가 없다”며 정식 등록을 포기한다. 그러면서도 대학에 남아 자기가 좋아하는 과목을 청강하면서 1년 반을 보낸다.
생활은 로맨틱하지 않았다. 친구 하숙집 마룻바닥에서 자기도 하고, 5센트짜리 빈병을 주워 모아 빵을 사먹기도 했다. 제대로 된 식사한끼를 해결하기 위해 10킬로나 떨어진 하레 크리슈나 사원까지 걸어가기도 했다는데, 그는 그 꿀맛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정식 등록을 포기한 그는 좋아하는 과목을 자유롭게 들었다. 특히 서체에 폭 빠졌는데, 손으로 쓴 글씨의 미려함과, 글자 형태에 따라 자간 차이와 폭을 재조정하는 그 비규칙적 규칙에 매료되었다. 그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앞으로 어떻게 이용될지에 대해서 전혀 감이 없었다. 그저 좋아서 들었을 뿐이다.
이 서체 강좌는 10년 뒤 애플 컴퓨터를 기획하고 디자인할 때 결정적 의미를 띠고 떠오른다. 애플은 한국에서는 예외적 매니아들만 쓴다. 다들 빌 게이츠가 만든 윈도우를 운영체제로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자인 특히 북디자인과 레이아웃에는 애플을 쓴다. 그래픽과 멀티미디어의 화려함과 편의성을 윈도우는 족탈불급, 도저히 따라잡지 못한다.
잡스는 말한다. 자신이 대학을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되기를 결정했을 때, 그것이 나중 어떤 의미를 띠게 될지 몰랐다. “지금은 그 점들이 과거로 이어진 것이 보인다. 아무도 미래로 이어진 점들은 볼 수 없다. 어딘가로 연결될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배짱이든, 운명이든, 삶, 그리고 카르마 그 무엇이든 여기 믿음을 갖고 자신의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잡스는 그 믿음이 자신을 실망시킨 적이 없으며, 그 믿음이 남과 다른 자신만의 ‘차이’를 만들어주었다고 말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사랑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일찍 발견한 행운아였다고 말한다. 나이 스물에 워즈니악과 함께 새 컴퓨터를 개발했던 것은 다들 아는 이야기이다. 두 명이 차고에서 하던 작업이 10년 후에는 종업원 4000명을 거느린 20억달러, 우리돈 2조원에 상당하는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의 나이 29세였다. 더욱 놀랍게도 그는 이 성공의 정점에서 회사에서 쫓겨났다. 이게 현실인가, 자신도 한동안 믿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넥스트와 픽사를 세웠다. 픽사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토이스토리’라른 애니메이션으로 대박을 터뜨렸고, 애플은 내리막길을 걷다가 넥스트에 손을 내밀었다.
애플에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이 회생과 도약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잡스는 회고한다. “그것은 지독하게 쓴 약이었지만, 환자는 그것을 필요로 하기도 합니다. 때로 인생은 당신의 뒤통수를 벽돌로 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믿음을 잃지 마십시오.”
잡스는 이렇게 충고한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기에, 그것이 나를 바른 길로 인도하리라고 믿었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 나서세요! 연인을 찾아나서야 하듯, 일도 그와 같은 것이랍니다. 기다리고만 잊지 마세요. 일은 삶의 아주 큰 부분입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위대한 일이라고 믿을 때에만 인간은 진정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길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 그것 하나에 달려 있습니다. 그 일을 찾지 못했다면 계속 찾으세요. 어물쩍 타협하지 마세요. 모든 마음의 일이 그렇듯이, 당신이 발견한 순간, 당신은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과 당신의 관계는 시간과 더불어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계속 찾으세요. 적당히 타협하지 마세요.”
세 번째 그는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들려준다. 그의 마음에는 17세에 들었던 어느 현자의 말이 새겨져 있었다. “매일 매일을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그는 어느새 바른 길에 들어서 있을 것이다.” 그는 나이 50이 되도록 매일 매일을 거울 앞에서 물었다고 한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그래도 지금 하려는 일을 하고싶어 할 것인가.” 아니오 라는 대답이 자주 나온다면 그것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삶에 고비마다 중대한 선택을 해야할 때, 그는 늘 자신이 이윽고 죽을 것이라는 것을 떠올렸다고 한다. 사람들의 기대, 자만심,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수치 등, 이런 것들은 죽음 앞에서 다 떨어져 나가고, 거기 오직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 남는다. 그것은 상실에 대한 염려라는, ‘생각의 함정’을 벗어나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는 1년 전에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청천벽력이었다. 길어야 3개월에서 6개월, 의사가 정리를 하라는 통보를 했다. 아이들에게 10년동안 해야할 일을 단 몇 개월에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을 절망 속에서 보냈다. 그날 저녁 조직 검사를 다시 했고, 의사가 울면서 달려왔다. 기적적이게도 수술로 해결될 수 있는 특이한 종양이란다. 그는 수술을 받았고, 회생했다. 그는 그동안 머리로만 알고 있던 죽음을 더 분명히 실감으로 알게 되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죽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천국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거기 일찍 가겠다면서 죽는 사람은 없죠. 그러나 죽음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숙명이고 아무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죽음은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나는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 죽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삶을 바꾸는 손입니다. 그것은 낡은 것을 쓸어없애고 새로운 것을 위해 길을 만듭니다. 지금은 당신들이 새로운 것에 속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점점 낡아지다가 결국 치워질 것입니다.”
“제가 너무 드라마틱하게 말했나요. 그러나 그게 엄연한 사실입니다. 삶은 시한부입니다. 그러니 남의 인생을 사느라 자기 인생을 낭비하지 맙시다. 도그마에 붙잡히지 마십시오. 도그마란 다른 사람이 생각해 놓은 것을 안고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들이 내는 소음에 당신 내면의 목소리가 묻혀버리지 않도록 유의하십시오.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데, 당신의 마음과 직관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가도록 용기를 내십시오. 당신의 가슴은 당신이 진정 무엇이 되고 싶어하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나머지 다른 모든 것은 부차적입니다.”
잡스는 어렸을 때 읽었던 백과사전 이야기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타자기와 가위, 그리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만든 이 열정의 작품 뒷면에, 시골 고갯길 사진이 있었고, 거기 경구 하나가 씌어져 있었다 한다. “주린 창자로, 그리고 미련하게….(stay hungry, stay fool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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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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