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절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맛볼 수가 있습니다. 워낙 차가 몸에도 좋고 수행에 도움을 주는 음료이다 보니 절에서는 차문화가 무척 발달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녹차 외에도 황차나 청차 같은 다양한 차도 있고 쑥차나 감잎차 같은 대용차도 있습니다. 저 역시 차라고 하면 녹차나 홍차 정도만 알았는데, 전국 각지의 절에 다닐 기회가 늘면서 여러 차를 마셔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사찰음식을 공부하면서 부터는 차문화를 접할 기회가 더욱 늘어난 것 같습니다.
어느 해 가을, 설악산 등반길에 한 사찰에 들렀습니다. 그곳에서 스님과 여러 보살님들이 감나무에 올라 감잎을 따는 것을 봤습니다. 그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한참을 바라보다 “감잎을 어디다 쓰실 건가요?”라고 여쭤보았습니다. 스님께서는 감잎차를 만든다고 하셨습니다.
감잎차라는 말에 고개를 들어 암자를 둘러보니 정말 감나무가 암자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등반길에는 그저 나무가 많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것이 다 감나무였던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잠시 일을 멈추고 플라스틱 물통을 들고 나오셨습니다. 시원하게 식힌 감잎차였습니다. 차 한 잔을 따라주며 스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절에서는 떡도 감잎으로 만들고 차도 감잎으로 만들고 장아찌도 감잎으로 담는답니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우리 절에 내려주신 큰 선물이랍니다.”
감잎차는 시원하고 달콤했고, 시원한 감잎차를 따라주던 스님의 모습도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저 역시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자연의 선물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욕심 내지 않고 우리에게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그런 소박한 삶의 보금자리 말입니다.
“이 가을이 무르익으면 저 감나무엔 감이 주렁주렁 열리겠지? 첫눈이 내리면 감나무엔 외로이 홍시가 익어 사찰을 찾는 보살님들의 발걸음에 행복을 주겠지?”
이 풍성한 감나무 숲을 걸어 법당에 들어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계신 부처님께 삼배를 올립니다. 이곳이 바로 극락이겠지요?
■만드는 법
<감잎 영양갱> 재료: 한천 10g, 통팥 500g, 감잎 끓인물 600㎖, 설탕 400g, 물엿 20g
① 감잎차에 물 700㎖를 붓고 끓여 600㎖로 만들어 준다.
② 한천은 1시간 전에 깨끗이 씻어 물에 담가 놓는다.
③ 한천에 감잎 물을 넣고 강한 불로 끓여 완전히 녹인 후 설탕을 넣는다.
④ 한천 녹인 물을 고운체로 걸러준다.
⑤ ④에 통팥을 넣고 졸인 후 물엿을 넣어 부드럽게 풀어준다.
⑥ ⑤의 마지막 단계에서 밤을 넣고 졸인다.
⑦ 원하는 틀에 부어 실온에서 굳힌다.
⑧ 굳으면 틀에서 떼어내 원하는 크기로 자른다.
▶다음 주에는녹차나물과 칡콩나물을 만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