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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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내 아이에게 포교하기/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기본교육이 끝나면 이따금 질문을 받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이 이렇게 좋은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제 아이는 불교는 여전히 미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절에 다니면 다른 종교를 가진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지도 모르구요. 우리 아이에게 부처님의 이 좋은 가르침을 들려주고 절에 다니게 하고 싶은데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아이의 얼굴입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내 아이에게 먹여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토록 달콤하던 맛이 싹 사라질 정도입니다. 언제고 꼭 데리고 와서 먹여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는 것도 그만큼 자식에 대한 사랑이 크기 때문입니다. 음식도 그러한데 하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서 마음이 상쾌해지고 나면 이 좋은 내용을 누구보다 자식에게 먼저 들려주고 싶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마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 자식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주는 일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다른 종교인들처럼 무조건 믿으라고 등 떠밀어 보내면 고민할 필요야 없겠지만 불자들은 자식에게 종교를 그런 식으로 강권하지 않습니다. 좋은 가르침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자식에게 들려주는 일은 옛 성인들도 고민했던 문제 같습니다.
“옛날에는 자식을 서로 바꾸어서 가르쳤다. 부모자식 간에는 착하게 살라고 요구하지 않는 법이니, 착하게 살 것을 요구하면 정(情)이 떨어지게 된다. 정이 떨어지면 이보다 나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정이 떨어진다는 말은 관계가 멀어진다는 뜻입니다. 이 세상에 부모 자식보다 더 친밀한 관계가 있을까요? 부모 자식 간에는 윤리, 종교, 이념… 그 어떤 것도 사이에 끼어들 수 없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훌륭한 성인군자의 말씀이라 하더라도 부모 자식 간의 정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친밀하다보니 오히려 부모는 자식에 대해 기대와 애정이 넘쳐흘러, 자식은 부모에 대한 신뢰가 너무나 커서 자기도 모르게 강요를 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맹자>의 말씀은 친한 사이일수록 이러저러한 요구는 오히려 삼가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습니다.
종교를 권하는 일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이 하나의 종교를 갖기 까지는 제각각 다양한 계기가 있습니다. 주변을 돌아볼 때 모태신앙으로 하나의 종교를 받아들인 사람의 신심이 가장 두터운 것 같습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어머니의 신앙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사람에게는 그 종교에 대해 이론적으로 이러니 저러니 따질 수가 없습니다. 그에게 신앙은 곧 어머니요, 어머니가 곧 신앙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종교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어려서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았지만 부모가 독실하게 신앙생활을 해가면 그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 자기도 모르게 그 종교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경전의 말씀을 들려주거나 그 말 대로 살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전적으로 자식을 믿어주고 자식이 잘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런 모습을 암암리에 보아온 자식은 항상 자기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인 부모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살아가며, 어른이 되어서 어떤 어려움에 부딪치면 자기 부모가 그러했듯이 자기도 그 종교에서 해답을 찾아가게 됩니다.
어떤 경우나 부모가 먼저 자기가 믿고 있는 신앙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무엇을 가르쳤는지를 자기가 먼저 잘 알고 그 가르침대로 살아가면 그 모습 자체로 특별한 말이 필요 없는 훌륭한 포교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가엾이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라. 그리하여 상대가 너의 말을 듣고 즐겁게 받아들이거든 그때 그들을 위해 네 가지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을 설명하여 그들로 하여금 거기에 들어가 머무르게 하라. 네 가지란 불·법·승·계이다.”(잡아함 사불괴정경)
자기 신앙을 권하기 이전에 자식의 마음을 먼저 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자식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베풀고(보시), 진실하고 다정한 말을 늘 건네며(애어), 자식에게 이롭도록 행동하고(이행), 자식이 하는 일을 이해하고 같이 행동을 해야 할 것(동사)입니다. 이 네 가지는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부모가 이 네 가지를 자식에게 먼저 실천하면 자식은 부모의 신앙을 기꺼이 자신의 믿음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어쩌면 이미 부모보다 더 훌륭한 불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우게 마련이니까요.
200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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