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날개짓이 허리케인 만든다는데
‘열렬한 응원’이 경기에 영향 주지 않을까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6월 17일 열린 대 스위스 전에서 한국은 알프스 고개를 넘지 못함으로써 아쉽게 G조 3위에 그쳤다.
하지만 붉은 악마를 비롯한 4천 8백만 국민들은 ‘16강 진출 실패’란 순간적인 실망감을 극복하고 열심히 싸워준 대표팀 선수들에게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 줌으로써 한층 성숙한 국민성을 보여줬다.
전반전을 놓치고 후반전부터 응원을 하는 경우 또는 TV를 켜고 응원을 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과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경기의 내용이나 승부에 영향을 미칠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전혀 영향이 없을 듯도하다. 독일에서 일어나는 일이 나의 조그만 행동에 영향을 받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내가 TV를 켜고 한국선수들을 응원한다면 미세하겠지만 경기운용에 영향을 미칠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조금은 엉뚱한 상상은 ‘나비효과’를 연상케 한다.
나비효과는 ‘북경에 있는 나비의 날개 짓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뉴욕에서는 허리케인이 만들어진다’는 이론이다. 나비 효과는 기상변화와 같이 풍속, 기압, 기온 등에 의해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 아주 조그마한 국소적인 요인이 큰 결과의 변화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컴퓨터 모의실험에 의해서 알아낸 효과다.
이러한 나비효과는 <금강경>에도 잘 나타나 있다. 광대무변한 우주와 비교했을 때 지구라는 별은 항하사의 모래 알보다 작다.
하지만 이처럼 작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더 오묘한 현상도 많다. 우주의 어떤 별에서도 지구에서와 같은 나비효과를 발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조그만 행동, 예를 들어서 자동차 시동을 아무 생각 없이 켜는 것, 나무를 베어버리는 것이 지구의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난화에 큰 악영향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환경론자의 이론적 배경이 되기도 한다. 한때 사회적 이슈였던 천성산 터널 문제가 ‘단순한 경제 논리로 만 접근해선 안 된다’는 쪽의 주장에도 위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복잡하게 얽혀져 맞물려 돌아가는 현대인들의 삶. 이 속에서 나 자신이 초라하고 보잘 것 없다고 느껴질 때, 나비 효과를 일상에 접목시켜 봄은 어떨까.
이런 나비 효과는 이천 오백년 전, 인류에게 빛을 주신 부처님의 인연법의 한 가지 모습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아침 예불 시간마다 불자들이 외우는 아름다운 챈팅(예불).
즉 ‘시방삼세 제망찰해’의 제망찰해야 말로, 삼라만상의 ‘원인과 결과’인 인연법의 참모습이 아닐까 싶다.
시적인 표현으로 말하자면 ‘인연법에 의해서 연결된 우주의 모습이 마치 제석천 궁전을 덮은 그물의 바다와 같다’고나 할까.
나비의 움직임이 뉴욕의 기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이, 나의 선한 생각과 자비로운 마음은 우리가 사는 지구별을 극락정토로 만드는 하나하나의 ‘나비효과’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