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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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가장 빨리 행복해질 수 있는 법/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이것으로 족하다’ 쉽지 않은 일
소욕지족 못하면 천당서도 불행
행복은 내 마음먹기에 달려 있어

어느 해 봄날 모처럼 큰맘을 먹었습니다. 베란다에서 꽃을 한번 키워보기로 말입니다. 처음에는 거푸 실패하였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줘야 하는 꽃이 있는가 하면 여름 내내 거의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 꽃이 있고, 직사광선 아래에서 화려한 꽃을 피우는 녀석이 있기도 하고 그늘에 두어야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녀석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화분 하나도 죽이지 않고 꽃을 피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5백 원, 1천 원짜리의 비싸지 않은 꽃을 날마다 사들여서 베란다에 가득 채워 넣고 여름 내내 화분을 돌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올 무렵 정작 여름 내내 피어난 꽃을 제대로 보지 못했음을 문득 깨닫게 되었습니다.
화분 하나에 막 꽃봉오리가 맺히면 빨리 꽃피우기를 기다리며 조바심을 쳤습니다. 그러다가 그 봉오리가 화려하게 만개하면 어느 사이 나는 그 옆의 화분을 바라보며 생각하였습니다.
‘이 녀석은 언제나 꽃을 피우려나?’
그 화분이 꽃을 피우기가 무섭게 내 시선은 또 다른 화분으로 옮겨졌습니다.
‘아니, 다른 꽃들은 다 피었는데 이 화분은 뭐가 잘못되었나?’
예쁜 꽃을 보고 싶다던 나의 바람은 일찌감치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꽃 한 송이가 피는 순간 그 꽃의 자태를 감상하지 못하고 서둘러 그 옆의 꽃가지를 바라보며 ‘이 꽃은 언제 필까?’라고 조바심을 내기만 하였으니 결국 나는 내 소망이 이루어졌는데도 여름이 다 가도록 만족스럽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99마리의 소를 가지고 있는 부자가 가난한 사람이 소유한 단 한 마리의 소를 보면서 1백 마리를 채우지 못한 자신의 부족함을 한탄한다고 하지요? 그리하여 기필코 그것을 빼앗아서 1백 마리를 채워야 성이 찹니다. 하지만 1백 마리를 채우는 순간 150마리, 2백 마리…하는 식으로 욕구는 점점 커져갑니다. 결국 그 부자는 죽을 때까지 원하는 것을 채우지 못하였으므로 자신의 삶은 불행하다고 느끼며 일생을 살아갑니다. 여름 내내 베란다에서 꽃을 기다리던 내가 그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행복은 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요?
따지고 보면 ‘얼마를 벌어야 행복할 것이다’라며 기대치를 안고 있는 사람보다 지금 이 순간 ‘이제 됐다. 이것으로 족하다’라는 생각을 내리는 사람이 지금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사실 말이야 쉽지 행동으로 옮기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살림살이는 대대로 물려서 사용해도 못다 쓸 판인데 새록새록 쏟아지는 신제품들은 여지없이 나를 유혹합니다. 하다못해 술자리에서도 “됐습니다. 딱 한 잔으로 족합니다”라며 정중하게 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소욕지족(少欲知足)
‘욕심을 줄이고 만족할 줄 알아라.’
이 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성현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안겨주는 교훈입니다. 지금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더 욕심내지 말라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욕심을 줄여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욕심을 줄이지 않고 만족할 줄 모르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행복하지 못하고 괴롭기 때문입니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땅 위에 누워 지내도 편안하고 즐겁지만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천당에 살아도 성에 차지 못하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해도 가난하지만,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해도 부유하기 때문”입니다(유교경).
천당에 살아도 성에 차지 않는다면 결국 행복의 여부는 바깥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말이 됩니다.
게다가 “욕심 많은 사람은 이익을 구하는 일이 많기에 괴로움 또한 많고, 욕심이 적은 사람은 바라는 것이 없기에 이런 재앙이 없다. 그러므로 괴롭지 않으려거든 먼저 욕심이 적은 사람이 되도록 수양해야 한다. 욕심이 적은 것은 온갖 공덕을 낳고, 남의 비위를 맞추느라 아첨하지 않아도 되고 감각기관에 끌려 다니지 않는다. 그러므로 욕심이 적은 사람은 마음이 언제나 평탄하여 근심과 공포가 없으며 무슨 일을 하건 여유가 있게 마련이다. 욕심이 적은 사람에게만 열반은 약속되어 있다.”(유교경)
행복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보다 더 분명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지금 ‘이제 됐다. 이것으로 족하다’라고 마음먹는 일이라고 <유교경>은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200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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