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1.08명)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깊다. 이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다. 거의 난무(亂舞) 수준이다.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를 포괄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간단히 그 목록을 살펴보자.
양육 부담, 남녀 불평등, 만혼과 독신 증가, 높은 이혼율, 천문학적 과외비 지출, 부부 중심의 가족 문화 확산, 일자리 부족, 맞벌이,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등 두서없이 늘어놔도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 원인들이 또한 결과다. 원인과 결과가 뫼비우스의 띠 같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박수를 쳐야 할 일이지 우려해야 할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저출산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삼성경제연구소는 6월 14일 ‘저출산 대책, 무엇이 핵심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육아비용 경감, 보육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새로마지 플랜 2010’을 비판하면서 ‘양성평등 환경 조성’을 대책으로 내 놓았다. 육아비를 지원하면 ‘애를 많이 낳을 것’이라는 정부의 목가적(?)인 대책보다는 진일보했지만, 그것으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6월 20일 종교계·노동계·시민단체들의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협약체결식’ 결과는 선언적 수준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생명 존중, 공동체 운동 전개와 아울러 결혼·중신·국내입양 장려 및 행복한 가정 만들기 캠페인”을 벌인다고 한다. 구체적인 대안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
솔직해지자. 문제는 ‘돈’이다. 정부 대책은 ‘국가경쟁력’ 약화와 노령사회에 따른 ‘세금부담’이 걱정이 우선이고, 기업대책은 ‘시장 축소’와 ‘인력 확보’에 대한 걱정이 우선이다. 모두들 자신의 이익에 기초한 분석과 전망이라는 얘기다.
우리 사회는 극단적인 이기심으로 치닫고 있으면서도 사회보장은 제로(0) 수준이다.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울타리도 없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무책임’이 저출산의 근본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계의 할 일은 ‘가족‘의 가치를 일깨우는 것이다. 가정이야말로 한국의 유일한 ‘사회안전망’이다. 이를 위해서 ‘가족 법회’의 활성화는 물론, 보육시설 운영 등 종단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