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이 한반도의 하늘을 배회하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둘러싼 북미간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사일 발사가 당분간 유예되거나 폐기될 것으로 보여 당장은 한 숨 돌리게 됐지만 후폭풍이 만만찮아 보인다. 이 시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사태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압박’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면서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는가이다.
우선 이번 미사일 사태를 개괄해 보자. 5월 초 일본 언론을 통해 미사일 시험 발사 움직임이 최초로 제기되고 미국 언론이 주요 기사로 다루면서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어 미·일 정부가 사실 확인에 나서면서 미사일 발사는 기정사실화되었다. 동시에 시험 발사시 미국이 취할 모든 압박수단은 예고되었다.
발사를 막으려는 한·미·중·일의 공식, 비공식 압박과 설득도 급박하게 이뤄졌다. 이후 침묵을 지키던 북한이 지난 20일 한성렬 유엔주재 차석대사의 발언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보도를 통해 대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사태를 반추해 볼 때 처음부터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를 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발사 의지를 내보이면서 외부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최종 단계에서는 대미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미국과의 정치적 거래를 염두에 둔 전형적인 ‘벼랑 끝의 협상’ 전술이었다. 6자회담의 실종과 위폐문제, 인권문제 등 미국의 ‘외곽 때리기’에 대한 강력한 반발이자 양자 대화를 통해 이를 해소시키려는 의도였다.
애초부터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북한의 미사일게임에 가장 애달아하는 국가는 역설적이게도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냥하는 미국의 미사일방어망(MD) 구축에 확실한 명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 미국이 설치한 덫에 꼼짝없이 갇히는 꼴이 될 사태 전개에 식은땀을 흘렸을 것이다. 북중관계에 심각한 균열을 가져올 수 있는 ‘도발’을 북한이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발사 의도도 없었거니와 실제 가능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벌인 이번 미사일게임은 외부세계의 대북 불신을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국이 양자간 대화에 나서거나 대북관계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거의 없다. 물론 북핵문제가 지지부진한 속에서 미국의 대북 압박에 확실한 반격 카드가 있다는 점을 내외에 환기시켰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간과 국제여론이 북한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미국도 대북 압박정책을 수정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퇴로를 봉쇄한 채 북한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흔적이 여러 군데서 포착된다. 경위야 어쨌든 9·19공동성명 이후 6자회담의 실종, 경수로 발전소 건설의 종결, 위폐문제 제기를 통한 경제 제재, 북한인권법 발효 등 북한이 받아들이는 절망감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북한이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의사를 밝힌 만큼 대화를 통한 해법의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북핵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북미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거나 상호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전히 6자회담 틀은 유의미하다. 6자회담이 미사일 발사와 대북 제재라는 정면대결을 피하기 위한 명분과 장소로 활용될 여지는 여전히 있다. 9·19공동성명을 되살리고 6자회담을 통해 문제를 푸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