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을 규정하는 잣대가 1인당 국민소득이 아님은 자명하다.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과 시스템을 보면 국가의 수준을 알 수 있다. 크고 작은 자연 재해나 사고가 일어났을 때 자원봉사자의 헌신적 노력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타행, 자비행, 보살행을 굵은 가치로 삼는 불교계의 봉사 활동이 분발을 요하는 시점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공동으로 조사한 ‘2005년 사회복지 자원봉사 통계연보’에 따르면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불자는 1만5528명이다. 개신교 2만7650명, 가톨릭 1만5775명이다.
봉사자 1명의 연간 봉사시간은 불교 33.6시간, 개신교 25.6시간, 가톨릭 31.8시간이다. 1인당 연평균 봉사회수는 불교 9.5회, 개신교 7.1회, 가톨릭 10.5회다.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인 봉사활동 참여자 수는 불교 810명, 개신교 583명, 가톨릭 955명이다.
봉사는 남을 돕는 행위가 아니다. 자신을 반듯하게 완성시켜가는 방편이다. 얻는 즐거움보다 베푸는 즐거움이 더 크다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느낀다.
세간 속설에 ‘종교인이 더 인색하다’는 말이 있다. 사랑, 자비를 입에 달고 살면서 말 따로 몸 따로 라는 질책이다. 봉사를 통해 더불어 산다는 것을 실감한다. 감자를 씻을 때는 큰 그릇에 가득 담아 벅벅 문지르면 된다. 서로 부딪쳐 상처가 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뽀얀 얼굴이 된다.
미국의 대학입시, 회사 취업, 결혼 등에는 봉사활동 실적이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다. 인격과 실력이 거기에 함축되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날로 상승되고 있다. 문제는 단발성이 아닌 영속성이다. 봉사는 신명날 때 한판 벌이는 축제가 아니다. 자기 과시를 위한 수단은 더욱 아니다. 보시의 으뜸은 무주상보시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한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은 나의 인격을 완성시켜주는 고마운 존재다. 고마운 대상은 많은데 다가가지 않고 어디로 가야할 지 머뭇거릴 뿐이다. 교계 지도층은 지속적으로 자원봉사 시스템을 개발하고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