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조계종 가사를 시중에서 구입할 수 없다는 보도가 나간 후 기자는 이곳저곳에서 걸려오는 문의 전화를 받아야 했다. 조계종이 가사원을 통해 가사불사를 독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항의성이 섞인 목소리였다.
종단 정통성을 상징하는 가사가 시중에서 거래되는 것을 막고, 법계에 맞는 승가의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창한 명분을 떠나 조계종이 이런 중요한 사업을 추진하는 일련의 과정을 바라보면 우려의 눈길을 거둘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가사원 직영이 종단 수익사업이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총무부 관계자조차 “승복집에서 종단으로 자본의 이동이라는 말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고백할 정도다.
수십억이 소요되는 사업에 대한 예산 계획도 없이 추진하면서 ‘윤달에 맞춰 어차피 사찰 단위에서 개인적으로 가사불사하고 있어 이를 가사원이 대행하는 것일 뿐’이라는 발상도 안이하다.
더구나 종단방침에 따르지 않으면 호법부 조사 후 징계하겠다는 총무부의 발표도 납득이 가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조계종은 최근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강행한 수많은 정책이 결국 국민들의 심판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온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반발이 예상되는 종책을 무책임하게 강행하기보다, 늦더라도 구체적으로 종도들의 합의와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을 충실히 진행한 뒤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