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 종합 > 기사보기
<20>시금치콩국과 시금치나물/박상혜(사찰음식연구가)
어느새 길거리의 가로수들이 무성한 푸른 잎으로 거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언제 이렇게 자라 버렸는지 알 수도 없을 정도네요.
‘내가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나’ 생각해보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왜 그렇게 시간은 잘도 가는지요.
하루하루 사찰음식연구란 명목 하에 바쁘게는 살고 있지만, 이 삶을 잘 살고 있는 것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 물어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늘 명심하고 있습니다.
요즘 많이 더우시죠? 더위 때문에 지칠 때면 먹고 싶은 음식 한 가지가 생각납니다. 제 어머니의 친정은 부여에서도 한참 들어가는 귀암이란 작은 시골마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땐 절 너무나 예뻐하셨던 외할머니를 뵈러 외갓집에 며칠씩 머무르곤 했습니다. 그때 외할머니 손을 잡고 놀러가곤 했던 곳이 바로 사찰이었습니다. 그 절에 가면 스님께서는 꼭 파란색 둥근 떡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색도 예쁘고 맛도 아주 좋았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더운 여름날이면 스님은 그 파란색 떡에 제가 유난히 싫어했던 콩국을 부어 주셨습니다. 그땐 콩국의 비릿한 맛이 싫어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먹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찰음식을 배우고 익히면서 전 이 음식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울 때면 제일 먼저 생각나고, 손님이 오셔도 꼭 이 음식을 대접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비싼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불린 콩을 믹서기에 갈고, 시금치로 만든 경단만 있으면 더위에 지친 입맛을 살려줄 수 있는 자연의 먹을거리가 완성됩니다.
사찰 공양간에서는 참 다양한 먹을거리가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요? 아마 사찰음식과 그 속에 담긴 지혜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라고 부처님께서는 저에게 사찰음식과의 인연을 맺어주신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만드는 법
<시금치 콩국> 재료: 시금치 2줄기, 찹쌀가루 1컵, 죽염, 콩 국물 8컵, 오이 1/2개
① 시금치는 흐르는 물에 씻어 믹서기에 갈아서 시금치 물을 만든다. ② 찹쌀가루에 죽염을 약간 넣어 간을 해준다. ③ 오이는 돌려 깎기 해 파란부분이 아닌 하얀 부분을 채 썰어준다. ④ 찹쌀가루를 시금치로 반죽해 완자를 빚어 뜨거운 물에 데쳐낸 후 찬물에 바로 헹군다. ⑤ 그릇에 시금치 완자를 담고 콩 물을 부어준 다음 오이채로 완성한다.

<시금치나물> 재료: 시금치 반 단, 양념장(포도씨유 1작은술, 죽염 약간, 다진 대파 흰 부분 1작은술, 참깨 약간)
① 분량의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② 시금치는 끓는 물에 데쳐서 꼭 짜 둔다. ③ 데친 시금치에 양념장을 버무린 후 완성한다.

▶다음 주에는 오이 즉석장아찌와 오이나물을 만들어 봅니다.
2006-06-07
 
 
   
   
2024. 11.2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