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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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JuBu) 붐’에 주목하자/자유기고가
오랜 역사 속 다양한 사상과 만나 불교 발전
부처님 가르침 온 세상에 전할 방안 모색해야

최근 불교계 언론을 통해 접하는 해외 불교 관련 소식 중 ‘주부(JuBu)’라고 하는 용어가 눈길을 끈다. 이 단어는 유대교 신자이면서 동시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인 ‘유대교 불교도, Jewish Buddhist’를 줄여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이런 소식을 대하는 불자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명상의 방법만을 받아들이는 일시적 현상이지 결코 불교세의 확장은 아니다”며 평가절하하고, 심지어 이런 흐름에 대해 적대적인 생각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그렇게 독선적이던 유대교 신자들까지 불교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면 역시 불교가 21세기의 대안이다”며, 불교의 미래에 대한 낙관론을 펴는 근거로 삼는 이들도 많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5월 26일자에 ‘두 종교의 만남’이라는 제목의 흥미 있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 따르면, 베카 토폴(Becca Topol)이라는 37세의 유대인 여성은 헤브류 말로 평화를 뜻하는 ‘샤롬(Shalom)’이라고 새긴 작은 돌과 부처님 상을 함께 거실에 모셔놓고 명상에 잠긴다.
그녀는 말한다. “저는 유대-불교도입니다. 불교 수행을 통해 유대교로서 저의 신심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러나 41세의 유대인 남성인 데이빗 그로텔(David Grotell)은 “우상 숭배를 금하는 유대교의 가르침을 어기는 일에 대해 걱정이 많았고, 그래서 집안에 명상 수행 공간을 마련하면서도 불상을 모실 수는 없었다”며 자신이 겪고 있는 혼란을 토로하기도 한다.
현재 이른바 ‘주부’의 정확한 숫자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몇몇 통계에 따르면, 새로 불교도가 되는 사람들 중에서 30% 정도가 유대인들이라고 한다. 미국 내 유대인들이 600만 명에 이르는 것을 고려할 때, 이 ‘주부’ 붐이 계속된다면 미국의 종교 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유대인들이 불교에 다가오는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에 대해 몇 가지 추론이 있다. 10여 년 동안 불교 공부를 한 뒤에 유대교 랍비가 된 알랜 류(Alan Lew)는 유일신만을 섬기겠다고 맹세하는 유대교와 초월적 존재가 없는 불교의 절묘한 혼합을 “아름답고 창조적인 두 종교의 만남”이라고 부른다.
특정 종파에 속하지 않는 불교 단체인 ‘로스앤젤레스 다르마(L. A. Dharma)’의 설립자 마이클 시프만(Michael Shiffman)이 말하듯이, 대다수 ‘주부’들은 불교에 깊이 들어가지 않고, 단지 조금 더 행복하게 느끼며 살기를 원하는 지도 모른다. ‘주부’ 붐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 역사를 돌이켜보면 오늘날의 ‘주부’와 유사한 흐름은 늘 있었고 그런 흐름이 불교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던 것 또한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중국에서는 유학자와 도가 사상가들 중에 불교에 심취해서 재가 거사로 활동하거나, 스님들과의 논쟁을 통해서 이른바 ‘중국 불교’의 발전을 가져왔던 이들이 많았다. 우리 불교사에서도 그런 예들을 숱하게 찾을 수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초의선사와 서신 논쟁을 펼친 추사 김정희였다.
오랜 불교 역사 속에서 다양한 사상과 접하여 그들을 끌어들여 오늘의 불교가 이룩되었다. 아마 이 시대 ‘주부’들 중에서도 훗날 역사가들 눈에는 ‘위대한 불교 사상가’로 비칠 인물이 태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주부’ 뿐만 아니라 이미 ‘크부(ChBu 기독교 불교도)’와 ‘무부(MuBu 무슬림 불교도)’도 생겨나고 있고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다.
불교계가 할 일은, 이처럼 다양한 종교 전통을 지켜온 사람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바르게 전할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다. 해외에 불교를 포교하고자 계획을 세우거나 이미 활동에 나서고 있는 곳에서는 ‘주부’ 붐을 예의주시하고 그 흐름을 다른 종교 신자들에게까지 넓혀가는 적극적인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200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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