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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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과 ‘환수’의 차이/정병모(경주대 문화재학과 교수)
오대산 사고에 보관되었다 도쿄대로 건너간 약탈문화재 조선왕조실록 47책을 불교계의 조선왕조실록 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와 서울대의 노력으로 되돌려 받는 성과를 거두었다. 귀한 문화재를 돌려받게 된 것은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큰 기쁨이다.
약탈 문화재의 환수는 최근 텔레비전 방송의 오락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타이틀로 삼을 만큼 우리의 지대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병인양요때 프랑스 군인들이 가져간 외규장각 도서에 대한 반환 협상에서 보았듯이 약탈 문화재의 환수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협상은 1992년 7월부터 시작됐지만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이에 비한다면 이번에 조선왕조실록을 되돌려 받은 일은 괄목할만한 성과이다. 환수위에서는 올 3월부터 도쿄대와 조선왕조실록의 환수를 위한 협상을 시작했으니, 불과 3개월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환수위가 협상을 진행 하고 있는데, 갑자기 5월 31일 서울대에서 개교 60주년 기념으로 도쿄대로부터 조선왕조실록을 환수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결정은 환수위가 배제된 채 올 5월 갑자기 도쿄대와 서울대간의 협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더군다나 도쿄대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을 “기증”한다고 표현하여 명분을 살리고, 서울대에서는 “환수”받는다는 표현을 사용하여 실리를 챙기는 협약이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서울대는 약탈 문화재 환수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자평했고, 환수위에서는 약탈된 문화재를 돌려주는 것에 대해 반환이 아닌 기증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앞으로 문화재 환수에서 오히려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명분보다 실리를 택한 서울대의 결정에 대해 결과적으로 비난의 여론이 일고 있고, 도쿄대가 환수위와 협상 중에 제 3의 기관인 서울대를 택하게 된 상황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될 것이다. 명분을 강조하면 실리를 얻기 어렵고, 실리를 택하면 자칫 자존심의 손상과 역사왜곡으로 비출 수 있는 어려운 선택이다. 명분과 실리의 사이, 그 어디쯤에서 새로운 모델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200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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