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도 무척 더울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창문을 열어 놓고 시원한 쑥차 한 잔을 곁에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이면 전 고향 대승사에서 뛰어놀던 기억이 납니다. 더운 여름날, 아이들이 뛰어 놀면 노스님께서는 인자한 목소리로 “너무 뛰지 마라, 더워서 지친다”고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몇 년 전 노스님을 찾아뵈었을 땐 많이 늙으셔서 그 고왔던 얼굴에 주름이 지고 건강이 안 좋아 보이셨는데…. 이번 주말에는 꼭 스님을 뵈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노스님께서는 뛰놀다 지친 저희에게 새하얀 소면을 삶아 콩국에 말고, 곱게 채 썬 오이와 수박으로 장식해 간식으로 내주셨습니다. 그때는 콩국이 왜 그리도 맛이 없었는지요. 스님에게 “스님, 우리도 자장면 먹으면 안 되나요?”라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자장면 타령만 하며 콩국을 안 먹으려 하고, 스님은 ‘절에서만 먹는 우유’라며 우리들에게 정성스레 콩국을 만들어 주시고….
지금은 그 콩국 맛을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그건 스님의 우리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긴 콩국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요즘 전 그 콩국 맛이 떠올라 자주 콩국을 만들어 먹습니다. 사람의 입이란 것은 참으로 간사해서, 예전엔 그렇게 싫던 것들이 사찰음식을 공부하면서부터는 왜 그렇게 맛있어지는 것일까요? 언제부턴가 음식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음식을 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불자님들도 올 여름, 냉장고 속에 탄산음료 대신 건강에도 좋은 산사의 우유, 콩국을 준비해 가족의 건강을 함께 지켜 나갔으면 합니다.
■만드는 법
<우무 콩냉국> 재료: 불린콩 2컵, 우무 1컵, 오이 1개, 죽염 약간, 통깨
① 콩은 6시간 정도 불려서 3배 정도의 물을 부어 푹 삶는다(손으로 만졌을 때 살짝 눌러지면 익은 것이다).
② 콩을 믹서에 갈아준다.
③ 그릇에 우무를 담는다.
④ 오이를 곱게 채 썬다.
⑤ 유리 볼에 우무를 담고 콩국을 부은 다음 오이를 올려주고 통깨를 뿌려 낸다.
<우무 샐러드> 재료: 우무 1컵, 오이 1개, 양파 1/2개, 빨간 무 1개, 사찰식 마요네즈 3큰술, 통깨, 겨자, 설탕, 죽염 약간
① 우무는 물을 충분히 빼 놓는다.
② 오이는 돌려 깎기 하고 양파와 빨간 무는 곱게 채 썬다.
③ 사찰식 마요네즈에 발효시킨 겨자를 섞어 매콤한 맛을 내준다.
④ 우무에 야채와 마요네즈를 버무려 준 후 통깨와 죽염 설탕으로 간을 해 완성한다.
▶다음 주에는 시금치 경단콩국과 시금치 나물을 만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