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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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길’을 묻는다/이학송(광동중학교 교장 )
내가 한 달에 한번 정도 찾아가는 미니 식물원이 있다. 갈 때마다 다른 꽃들이 피어있고 잎이 자라 항상 새로운 기운을 느끼는 곳이다. 물속에서 편안하게 자라는 수련 등 연꽃 종류가 있는가하면 연화바위솔과 같은 다육식물 들은 건조한 환경에서 잘 자라고 있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상사화, 아름다운 향기로 찾는 이를 즐겁게 하는 애기라일락, 논가나 밭에서 녹비식물로 짧은 생을 마치는 자운영도 대접받으며 천수를 누리고 있다.
여러 나무, 야생초, 야생화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식물원을 보면 참 자연스럽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러면서 현재 봉직하는 우리 학교의 교육환경은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생각하면서, 요즈음 세간 언론에 다뤄지는 교육소식들을 상기해본다.
언젠가부터 언론매체에 회자되는 교실붕괴, 학교폭력, 성폭력, 교권침해, 학교급식문제, 교육소비자, 대학입시, 자주 변하는 교육정책 등 마음을 무겁게 하는 말들이 떠오른다.
차분히 판단해보면 잘되고 있는 교육부문은 쉽게 드러나지 않고 이슈가 되지 않지만, 교육환경의 부정적인 면은 순식간에 전 국민에게 파급되는 이유는 특별한데 있지 않다. 오로지 교육에 ‘올인’해 온 국민적 정서, 일반적인 사회가치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기대 가치와 적극적 관심, 본질적으로 지니고 있는 교육현장의 부정과 모순 덩어리들이 ‘입살’의 원인이다.
교육현장에 서있는 당사자로서 이번 기회에 몇 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우선 교육은 잘 알다시피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인내심을 갖고 평생을 통해 이뤄져야하는 것이 교육이라는 점이다. 요즈음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또한 교육은 학교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조화를 이룰 때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정 명문대학 진학이나 고시합격 같은 현실적인 가치로 교육의 성과를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속에서는 좋은 교육과정이 자리 잡기 어렵다. 다양한 각자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될 때 교육의 목표도 변화할 수 있다.
경전에 등장하는 부처님 제자들도 언뜻 떠올려보면 모범생들로만 구성된 정예집단이 아니다. 잠꾸러기로 유명한 가전련, 한때 반항아 기질을 가진 문제 청소년 라훌라, 동물 같은 삶을 살던 청년 똥꾼 니이다이, 머리 나쁘다고 멍청이로 무시 받던 주리반특카, 이렇게 많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사람들이 부처님의 바다에서 각자 지닌 소질을 살려 후세에 귀감되는 훌륭한 제자로 탄생한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바라보는 아이들은 모두 부처님 성품을 지닌 귀중한 존재다.
온 국민이 여유를 갖고 참고 기다리며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우리 교육이 성공할 수 있다. 언론에 비친 자극적인 제목 몇 글자에 쉽게 비판하고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면에 완전함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교육환경 마저 이기고 지는 스포츠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나 자신도 학부형이면서 교육자다. 학부형입장에서 보면 부끄러운 일도 많고 변화해야 하지만, 교육자의 관점에서 보면 가정과 사회의 요구가 지나치고 이기적 요소가 많다고 느낄 때도 많다.
국민 전체가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기 운동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교육현장까지 부분적이고 지엽적인 사항을 일반화시키고 전체의 일 인양 매도하는 마녀사냥식 분위기는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족하고, 고쳐야 할 점도 많지만 여전히 우리 교육 현장은 긍정적이고 밝다. 싱싱함과 제마다의 특성을 지녀 여럿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야생화·야생초처럼 말이다.
200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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