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4일 함양 무량사 자연선원에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에서 전달된 한 장의 최고서가 전달됐다. 한 달 뒤 이곳을 강제 철거하겠다는 통보였다. 강제 철거가 진행된다면 무량사 주지 정오 스님은 20년 가까이 수행정진하며 가꿔온 도량을 한순간에 잃게 되는 것이다.
정오 스님이 무량사에 온 것은 1987년. 산주(山主)가 조그만 촌가를 보시한 이후 지금은 은행통나무로 조성한 3자 7치의 아미타불을 모신 무량광전, 지장전, 요사채를 갖춘 도량으로 가꿨다. 당시 산주가 자비(自費)로 도로까지 내어주며 때가 되면 산 전체를 도량으로 가꾸자고 해, 스님은 그 약속만 믿고 서류상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
무조건적인 ‘믿음’이 문제였다. 서류상으로 스님이 일군 도량의 소유권을 주장할 만한 어떠한 근거도 없이 7년 전 산의 소유주가 갑작스럽게 바뀌고 산이 경매처분 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경매가 진행될 당시 현 산주도 ‘절을 계속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해 스님은 경매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의 믿음은 철저하게 외면됐고 법정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도량수호를 위한 1000일 기도를 입재하고 목숨을 걸고 도량을 지키겠다는 정오 스님이지만 법이 우선이고 서류가 힘을 쓰는 시대에서 도량을 지켜줄 울타리는 스님의 정진력과 불심뿐이다. 늦게나마 불자들에게 호소하며 산을 사서라도 도량을 지키겠다는 원력을 발한 지금, 전국의 불자들이 1불자 1평 사기에 동참해서라도 무량사가 수호되길 바라는 맘 간절하다.
또한 제2, 제3의 정오 스님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나 보시의 참다운 공덕을 지켜가기 위해서는 보시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법적 효력이 있는 명확하고 분명한 절차를 갖추어야 한다. 그 서류 절차가 불도량을 지키는 신장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