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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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제2부 43강 지금까지 <금강경>이 한 이야기/한국학중앙연구원
어디 있는지 알려면 숲 벗어나야

<금강경> 6장에 들어서기까지 그동안 꽤 오래 걷고, 또 해찰이 심했다. 어디쯤 왔고, 지금 어디 서 있는지를 알기 위해 그동안 살핀 <금강경>을 다시 정리해 본다.

1. 제1 법회인유분(法會因由分): “법회가 열리기게 된 경위”
- 붓다는 ‘위대한 거지들의 공동체’를 이끌고 있었다. 설법의 무대는 여느 날처럼 탁발을 다녀오고, 식사를 마친 다음에 일어났다.
如是我聞, 一時, 佛在舍衛國, 祇樹給孤獨園, 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俱. 爾時, 世尊, 食時, 着衣持鉢, 入舍衛大城, 乞食. 於其城中, 次第乞已, 還至本處. 飯食訖, 收衣鉢, 洗足已, 敷座而坐.
나는 이렇게 들었다. 붓다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의 정사에, 1,250명의 많은 수행자와 함께 계실 때였다. 밥 때가 되어, 붓다께서는 옷을 걸치고, 발우를 들고, 도시 가운데로 들어가, 집집을 돌며 탁발을 하셨다. 그런 후 거처로 돌아와, 식사를 마치고, 옷과 그릇을 거둔 다음, 발을 씻고, 자리를 펴서 앉으셨다.

2. 제2 선현기청분(善現起請分): “수보리, 일어나 가르침을 청하다”
- 대중 가운데 있던 수보리가 일어나 설법을 청했다. 그의 질문은 간절하다. “위대한 정신의 영웅이시여,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말해 주십시오. 삶에 진정 필요한 기술(ars vitae, art of living)을 어떻게 습득해야 합니까.”
時長老須菩提, 在大衆中, 卽從座起, 偏袒右肩, 右膝着地, 合掌恭敬, 而白佛言, 希有世尊, 如來善護念諸菩薩, 善付囑諸菩薩. 世尊善男子善女人, 發阿 多羅三 三菩提心, 應云何住, 云何降伏其心. 佛言, 善哉善哉, 須菩提. 如汝所說. 如來善護念諸菩薩, 善付囑諸菩薩, 汝今諦請. 當爲汝說. 善男子善女人, 發阿 多羅三 三菩提心, 應如是住, 如是降伏其心. 唯然世尊, 願樂欲聞.
이때 수보리 어른이, 대중 속에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가사를 벗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며, 합장 공경하면서, 붓다께 사뢰었다. “희귀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如來)께서는 보살들을 잘 지켜주고, 또 잘 이끌어 주십니다. 그런데 세존이시여. 여기 선남자 선여인이, 더 없이 높고 위대한 깨달음을 얻고자 할 때, 어떻게 그 마음을 다잡고, 어떻게 그 마음을 제어해야 하겠습니까.”
붓다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수보리여, 훌륭하다. 네가 말한 대로, 여래는 보살들을 잘 지켜주고, 또한 잘 이끌어 주고 계신다. 너 이제 똑똑히 들어라. 너를 위해 말하리라. 선남자 선여인이, 더 없이 높고 위대한 깨달음을 얻고자 할 때, 그 마음을 반드시 이렇게 다잡고, 이렇게 제어해야 하느니라.” “그리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기꺼이 듣기를 원하옵니다.”

3. 대승정종분(大乘正宗分): “이것이 대승이 가르친 핵심이다!”
- 붓다의 대답은 차원이 하나 높다. 그는 계율 준수나, 가부좌 등 자세 갖추기, 혹은 심리적 대응치료 등을 말하지 않는다. “보살, 즉 정신의 영웅에게는 자의식이 없다! 그런 사람이 되라. 자신을 넘어서고, 남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그러나 유의해라. 남을 위한다는 턱없는 우월과 자만을 갖지 않도록.”
佛告須菩提, 諸菩薩摩訶薩, 應如是降伏其心. 所有一切衆生之類, 若卵生, 若胎生, 若濕生, 若化生, 若有色, 若無色, 若有想, 若無想, 若非有想, 非無想, 我皆令入無餘涅槃而滅度之, 如是滅度無量無數無邊衆生, 實無衆生得滅度者. 何以故. 須菩提, 若菩薩有我相, 人相, 衆生相, 壽者相, 卽非菩薩.
붓다는 수보리에게 이렇게 일렀다. “위대한 사람들(보살마하살)은 다음과 같이 자신의 마음을 항복시킨다. 모든 중생들, 즉 알에서 나는 것, 자궁에서 나는 것, 젖은 곳에서 생긴 것, 변이로 생긴 것, 그리고 신체가 있는 것과 없는 것, 의식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의식이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은 것 할 것 없이, 이 모든 생명을 ‘찌끼 남김 없는 열반(無餘涅槃)’에 들게 하여 구제하겠다고. 그러나 이처럼 수없이 많은 생명들을 구원으로 인도한다 해도, 기실은 어느 생명 하나도 구원한 적이 없다. 왜냐? 수보리야, 만일, 보살이 ‘나’라는 생각, ‘자아’라는 생각, ‘생명’이라는 생각, ‘존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는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4. 제4 묘행무주분(妙行無住分): “완전한 행동에는 토대가 없다!”
- 붓다는 이어 말한다. “무엇보다 완전한 행동(般若波羅密)을 배워야 한다. 이기적 관심에 휘둘리지 않고, 가식 없이 사는 법을. 삼륜청정(三輪淸淨), 너희들은 세상에 공짜도 있다는 것을 증거하고 다녀라. 보상을 의식하지 않을 때, 그때 너는 넘치는 축복을 받게 될 것이다.”
復次, 須菩提, 菩薩於法, 應無所住, 行於布施. 所謂不住色布施, 不主聲香味觸法布施. 須菩提, 菩薩應如是布施, 不住於相. 何以故, 若菩薩, 不住相布施, 其福德, 不可思量. 須菩提, 於意云何. 東方虛空, 可思量不. 不也世尊. 須菩提, 南西北方, 四維, 上下虛空, 可思量不. 不也世尊. 須菩提, 菩薩無住相布施福德, 亦復如是, 不可思量. 須菩提, 菩薩但應如所敎住.
“또 그리고 수보리야! 보살은, 어느 경우이든 반드시 ‘토대(住)’ 없이 보시를 행해야 한다. 이를테면, 형체에 토대를 두지 않고, 또 소리, 냄새, 맛, 접촉, 관념에도 토대를 두지 않는 보시를. 수보리야! 보살은 반드시 이처럼 보시해야 하나니, ‘자아와 그 투사’에 토대를 두어서는 아니 된다. 왜 그런가. 수보리야. 보살이 자아와 그 투사의 토대 없이 보시한다면, 그 복덕은 헤일 수 없이 무한할 것이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동쪽 허공을 가히 헤아릴 수 있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그럼 동서남북과 그 사이 사방, 그리고 상하의 허공을 가히 헤아릴 수 있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보살이 토대 없는 보시로 얻는 복덕도 이와 같아서 헤아릴 수 없다. 수보리야! 보살은 이 가르침에 따라 살아야 한다.”

5. 제5 여리실견분(如理實見分): “사태(理)를 환상 없이 있는 그대로 본다”
- 붓다는 덧붙인다. “무엇보다 환상을 갖지 마라. 자아의 환상은 물론이고, 더욱 붓다와 여래에 대한 환상조차 갖지 마라. 내 분명히 말하노니, ‘여래는 오지 않는다.’ 기다리지 마라. 네가 기다리는 님은 님이 아니라, 너의 그림자일 뿐이다.”
須菩提, 於意云何. 可以身相, 見如來不. 不也, 世尊. 不可以身相, 得見如來. 何以故. 如來所說身相, 卽非身相. 佛告須菩提.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則見如來.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를 육신의 모습으로 볼 수 있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육신의 모습으로 여래를 뵙지는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래가 (깨달음의 증거로) 말씀하신 육신의 표징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붓다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기를, “(그렇다!) 무릇 모든 표징은 다 실재하지 않는 환상이니, 만약, 일체의 표징이 순전히 의식이 구성한 이미지일 뿐임을 깨달으면, 그때 여래를 보게 되리라.”

6. 이로써 두 번의 설법이 끝났다. 한번은 붓다의 탁발과 식사, 그리고 설거지(1장)로, 두 번째는 어떻게 일상을 영원으로 살 것인가에 대해(2-5장). 그래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 번째 부연설법이 이어진다.
200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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